소설로 로망에 날개달기

입원실

주눈꽃 2020. 10. 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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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

 

해질녘 6시 즈음, 한 낡은 의료원의 입원실. 8인에서 10인까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빈 침대는 깔끔하게 하얀 시트가 깔려있다. 각 침대마다 커튼을 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다들 커튼 치지 않은 상태다. 나이가 지긋하고 몸집이 작은 할머니들 2~3명이 몇 명 병실에 누워 있었고, 다함께 TV드라마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병실 창가 쪽 가운데에 비치된 작은 TV였지만, 소리를 크게 켜고 다들 집중하고 있다. 병실 밖으로 왔다갔다하는 이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 중년 남성의 아저씨뿐. 담배를 피우는 건지 링겔이 달려있는 거치대를 끼익 거리며 밀면서 종종 병실 밖으로 나갔다 오곤 한다.

 

그 곳에 10살 남짓 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들어섰다. 보따리 가방을 든 중년 여성이 아이의 엄마로 보였다. 처음에는 어른이 입원한 줄 알았지만, 침대에 폴짝 올라가 앉는 이는 엄마와 같이 온 아이였다. 어린 환자는 한 명도 없어서 그런지 왠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다른 환자들도 같은 생각인지 어린아이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어린이는 함께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그곳에 환자복을 입은 이들은 하나같이 늙고 병들었다. 드라마를 보며 집중하던 어른들은 어느새 그 아이가 궁금해졌다.

 

"아유~ 애엄마! 애가 이렇게 어린데~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할머니의 보호자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먼저 넌지시 물어왔다. 캔으로 된 깨죽을 마시던 아이를 두고, 고개를 돌린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아이가 눈이 좀 아파서요.. 내일 수술을 하기로 해서..”

아이고, 워디가 그렇게 아프댜~ 어린 것이~”

어르신들은 다들 어린 아이의 수술을 안타까워했다. 그 얘기를 시작으로 다들 조금씩 음료나 과일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간호사가 들어와서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하고는 환자복을 가져다준다고 하고는 나갔다. 환자복을 침대로 가져다주면서 간호사가 말했다.

환자 내일 수술 때문에 금식하셔야 되요~ 아이 이 시간 이후로 물도 못 마시게 하세요~”

알겠다고 대답한 아이의 엄마는 환자복을 갈아입히기 위해 침대커튼을 치고, 아이 옷을 갈아입혔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도 환자복을 입고도 해맑았다. 다음날 수술이 있다는 건 알지만, 의사선생님이 푹 자고 일어나면 끝날 거라고 했으니까, 걱정이 없었다.

 

(원고지 6.6)

2016.12.14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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