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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41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비오는 부산

“아 왜 날씨가 맨날 이래?” 머리와 옷가지가 휘날리는 부산역 앞. 태어나서 부산 여행은 두 번이지만 매번 갈 때마다 비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이었는데 왜 매번 비가 오는 걸까. 어딜 가든 큰 맘 먹고 집을 나서는 날이면 대부분 비가 왔다. 심지어 신혼여행으로 갔던 하와이에서도 비를 쫄딱 맞으며 돌아다녔으니까. 그래서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나를 보고 비를 몰고 다닌다 했을 정도. 친구와 처음 부산을 갔던 날은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3박 4일로 떠났던 여행의 막바지에서 특히나 가장 기대했던 바닷가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풍이 부는 바람에 우산도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낮에는 덥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던 9월의 어느 날 우리는 그 비바람에 바다의 경치를 감상하기에 너무 추웠다. 해운대 해수욕..

집필일기 | 로맨스 웹소설 첫 작품 집필중, 어렵지만 도전 중이다.

작년부터 글을 다시 쓰고 싶었다. 에세이 출간을 목적으로 쓰던 습작들은 아직도 여전히 습작으로 남아있지만 창작의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먼저 드라마 작가였고, 지금은 웹소설 작가로 도전 중이다. 관심은 가진 지는 오래 된 것 같다. 웹소설 작가님들이 내신 책을 찾아 읽기도 했지만, 어떻게 써야할지는 여전히 막막했다. 그러다가 제대로 준비해보자고 생각한 건 웹소설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부터 였다. 첫 웹소설 강의는 클래스톡에서 들었던 유지님의 강의였고, 그 이후엔 제리안님의 강의였다. 세번째가 바로 최근 후기를 올렸던 달의 작업실 입문 강의. 사실 여름 즈음 집필에 도전했지만, 얼마 못 쓰고 막혀서 중단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와 창작은 너무 큰 차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안주에는 귀천이 없다

한 남자가 혼자 술을 마시기 위해 한 식당으로 간다. 싱싱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게찜이 나왔다. 남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게를 잡고 부러뜨려 게살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보들하고 부드러운 그 게살을 한껏 즐기고는 목이 찢어져라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한 여자는 집에서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다. 게를 먹는 남자의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나서는 맥주가 고파졌다. 하지만 그녀의 자취방에서는 그렇게 게를 삶아 먹을 여유가 없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꽃게 모양의 과자를 먹었다. 드라마 의 한 장면이다. 안주에는 귀천이 없다. 내 앞에 없는 그 맛있어 보이는 게 사진이 내 안주가 될 수는 없다. 현대판 자린고비가 아니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집나간 딸내미

‘집밥’하면 떠오르는 것. 김이 폴폴 나는 흰쌀밥, 매콤새콤하고 아삭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 얕은 냄비에 무를 깔고 자작하게 끓여 나온 갈치조림, 달짝지근한 양념에 밥 비벼먹는게 좋았던 제육볶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어구이였다. 스무살 때부터 대학교 기숙사를 시작으로 내내 자취를 하며 집에서 독립해 살았다. 매년 한 두달에 한번씩 내려가거나 바쁘면 명절에 한번 씩 내려가는 게 다였다. 9월 쯤 추석이 되면 항상 내려가는데 그때마다 전어회와 구이를 찾아 먹었다. 어릴땐 오히려 자주 먹지 않았던 건데, 사회 생활하며 숱하게 다닌 횟집들은 늦여름이 되면 어느새 전어철이라고 수족관 한가득 전어를 채워넣었다. 제철이라는 말에 집에 내려가면 시장에서 전어를 사와서 집에서 함께 먹었다. 흔히 횟집에..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이제 그만

술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일명 먹자골목에 꼭 하나씩 있는 그것, 바로 인형뽑기. 요즘은 인형뽑기 기계들만 따로 모아 둔 뽑기방이 따로 있을 정도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게 다였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인형뽑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인형뽑기 기계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20대 중반에 친한 회사 선후배들과 정말 또래 친구들처럼 모여 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자주 가던 술집 골목이 있었다. 하루는 닭발집에서 여자선배 한 명과 오빠 A,B와 함께 한 잔 하고 있었는데, 일행 중 오빠 A와 B가 화장실에 간다더니만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게 아닌가? 남자화장실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선배랑 같이 얘기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뒤, 나타난 A오빠가 손에 들고 있는 ..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고치려고도 해봤어.

고치려고도 해봤어. 술 마시고 일어난 사건사고를 이야기 하다보면, 처음에는 막 웃다가도 이야기의 끝는 결국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A :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이제 술 먹지 마~ 나 : 그건 안 되는 거 알잖아…. A : 그럼 술버릇을 고치던지! 그래, 고치려고도 해봤지. 안 해봤을까? 다음 날 일어나면 후회할 걸 아는데도 같이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리고 싶겠냔 말이다. 술 마시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물이 새는 호스를 막으려 새는 부분을 잡아도 잡은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오기 마련이니까. 이미 취한 술을 어찌하리오. 술 취해서 하는 그 술버릇을 안 하려고 하면 다른 데서 또 다른 술버릇이 나올 때도 있다. 친구 B는 취하면 전화를 여기저기 하곤했었다. 우리가 함..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연말연시에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술 먹는 게 참 고역이다. 연말이면 팀별 회식, 직급별 회식, 지역별 회식, 부서별 회식 등등 참 다양한 핑계들도 모여든 회식 일정들. 어느새 사무실의 탁상달력이 빼곡해진다. 심지어는 같은 날 여러 군데의 회식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을 하기도 한다. 다음 날 피로할 내 간을 위해서 오늘은 좀 술을 덜 먹고 싶다! 하는 날이 있을 때 활용하기 좋은 ‘술 덜 먹기 스킬’을 대방출 하려고 한다. 자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권하기 좋아하고 분위기 만드는 바람잡이 역할을 도맡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최대한 멀리 앉거나 같은 라인에 앉아라. 그런 분 맞은 편에 앉는다면 눈에 뜨기 십상이다.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바로 옆옆자리나 살짝 옆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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