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주눈꽃 2020. 11. 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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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을 판다.

“이모~ 잔치국수랑 꼼장어 주시고요, 소주 하나요!”
라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을 챙기고 짐을 옆에 놓는다. 단무지와 오뎅국물하고 소주부터 테이블에 턱 올려주시면, 안주가 나오기 전까지 국물을 안주 삼아 친구와 한 잔 들이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치국수가 나오면 또 그거에 한 잔, 꼼장어 볶음이 매콤하게 조리되어 나오면 또 그거에 한 잔씩 하기 시작한다.

포장마차에 나란히 둘러앉아 먹다 보면 옆에 앉은 분들과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루는 옆에서 먹는 안주를 보고 시킬까 말까를 고민했다.
“좀 맛 보실래요?”
그 분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먼저 권해주셨다. 감사해서 조금 얻어먹고 우리 안주도 조금 맛보시라고 나눠드렸다. 주로 아저씨들이나 많아 여성 둘이 포장마차 와서 먹는 거 보면서 신기해하시기도 했다.

어느 날은 갔던 포장마차의 잔치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이모, 여기 잔치국수 완전 맛있어요! 저기 옆에는 너무 짰는데 여긴 진짜 맛있네요~”
라고 말했더니, 이모가 하는 말.
“주는 대로 먹어! 거기도 거기대로 맛있는 거지, 그런 말 하는거 아녀!”
“아니, 음식 맛있다고 칭찬하려고 그랬던 건데~” 하며 또 금새 헤헤 거리고 웃으며 한잔 하고 있었다.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술은 왠지 그런 사람들의 친근함 때문에 더 술이 달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과 안주를 나누어 먹고, 경쟁 포장마차임에도 대신 혼내주는 주인 아주머니가 그냥 편했다. 따뜻한 건물 안에 들어가서 먹는 게 아니라서 아주 추운 날씨에는 발이 시려워서 덜덜 떨더라도. 마음만은 따스했던 곳이 이제 많이 사라져서 포장마차를 좋아하는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2018.04.12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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