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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주눈꽃 2020. 11.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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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연말연시에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술 먹는 게 참 고역이다. 연말이면 팀별 회식, 직급별 회식, 지역별 회식, 부서별 회식 등등 참 다양한 핑계들도 모여든 회식 일정들. 어느새 사무실의 탁상달력이 빼곡해진다. 심지어는 같은 날 여러 군데의 회식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을 하기도 한다. 다음 날 피로할 내 간을 위해서 오늘은 좀 술을 덜 먹고 싶다! 하는 날이 있을 때 활용하기 좋은 ‘술 덜 먹기 스킬’을 대방출 하려고 한다.

자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권하기 좋아하고 분위기 만드는 바람잡이 역할을 도맡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최대한 멀리 앉거나 같은 라인에 앉아라. 그런 분 맞은 편에 앉는다면 눈에 뜨기 십상이다.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바로 옆옆자리나 살짝 옆사람을 벽 삼아 숨기 좋은 곳으로 앉아라. 일찍 도착해 맨 처음 들어간다면 일단 예약된 자리를 보고 상석을 먼저 확인해라. 보통 술 권하게 하는 분들은 그 상석 테이블이나 바로 옆 테이블에서 주도한다. 가장 상석에 앉을 분 자리를 두고, 그분을 내 옆으로 앉히는 척 하면서 한두분 정도를 그 옆에 앉으라고 권하라. 발연기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선점하는 방법이다.

술잔에 있는 술을 마실 때는 최대한 덜 마셔라. 여기서 이미 알고 있거나 유명한 스킬들이 많이 나온다. 더러울 수 있으니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이 단락을 건너뛰어도 좋다. 첫 번째 방법은 술마시고 바로 물을 마시는 척하면서 물컵에 입에 머금고 있는 소주를 뱉는 방법이다. 물컵은 스테인레스나 플라스틱으로 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음료수 컵으로 주는 투명한 유리잔은 비추. 덧붙여 물컵이 작아 몇번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큰 그릇이 테이블에 있다면 살짝 치우는 척 하면서 테이블 밑에 비울 곳을 둔다. 물컵에 있는 술을 거기에 슬쩍 비우고, 다시 그 물컵을 사용하면 꽤 오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 물컵을 누군가 물인 줄 알고 마신다면 대참사. 절대 사수해야만 한다. 테이블 밑에 있는 그릇도 절대 들키지 않아야 한다.

두번째 방법은 물티슈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마시는 척하며 물티슈에 술을 부어 흡수 시키는 방법인데, 오래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물티슈가 흡수하지 못하면 테이블에 술이 흐를 수도 있다. 흥건해진 물티슈를 손으로 짜서 쓸 수도 없어 들키기 너무 쉬운 방법이다. 회식 중간에 한 두번 정도 정말 마시기 힘들 때 쓰기에는 괜찮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내가 해보니 마시는 척 하면서 물티슈에 술을 부어버리는 행위 자체에서 걸리기 쉽다.

술을 따를 때 소주병에 물을 담아두고는 물을 따라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조력자와 함께 해야한다. 팀장급 이상의 어르신들과 소수의 또래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참여하는 경우, 술을 잘 못하는 동료와 함께 앉는다. 어느정도 빈 술병이 나오기 시작하면 몰래 한쪽 구석에서 소주병에 물을 담아 준비한다. 한 분이 직접 따라 주는 것은 어쩔수 없이 마셔야한다고 해도, 회식자리에서 빠질 수없는 건배제의를 하는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잔을 채운다. 그때 단체로 잔을 채우는 순간에 준비해 둔 소주병에 담긴 물을 따라 잔을 채우면 된다. 다들 소주 따른 줄 알고 티도 안난다. 하지만 꼭 그들끼리만 따르고 그 병을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잠시 한 눈 팔면 겉으로 봐서는 술인지 물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작은 입구로 냄새를 맡아도 그냥 다 소주 같을 뿐.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을 못 차리면 말짱 꽝이다. 취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냥 컴백홈.

 

 

2018.02.09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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