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고치려고도 해봤어.

주눈꽃 2020. 11. 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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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려고도 해봤어.

술 마시고 일어난 사건사고를 이야기 하다보면, 처음에는 막 웃다가도 이야기의 끝는 결국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A :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이제 술 먹지 마~
나 : 그건 안 되는 거 알잖아….
A : 그럼 술버릇을 고치던지!

그래, 고치려고도 해봤지. 안 해봤을까? 다음 날 일어나면 후회할 걸 아는데도 같이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리고 싶겠냔 말이다. 술 마시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물이 새는 호스를 막으려 새는 부분을 잡아도 잡은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오기 마련이니까. 이미 취한 술을 어찌하리오. 술 취해서 하는 그 술버릇을 안 하려고 하면 다른 데서 또 다른 술버릇이 나올 때도 있다.

친구 B는 취하면 전화를 여기저기 하곤했었다. 우리가 함께 만났던 날, 안주가 나오고 이제 안주 나왔으니 한 잔하자고 할때 친구 B가 휴대폰 잠금화면 비밀번호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면 연락할 수 없으니까 친구C한테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친구C가 B모르게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리고 본인도 그 비밀번호를 잊어버릴까봐 테이블에 비치된 냅킨에 비밀번호를 적어서 자기 가방에 넣어 두었다. 정말 오늘 밤은 누구에도 연락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보였기에 마음놓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 날 우린 여느때와 다름없이 재미있게 놀았다. 평소처럼 인사하고 헤어졌고, 나도 택시타고 무사히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친구C의 전화에 잠이 깼다.
친구C : 일어났어? 야.....B가 연락이 안돼~
나 : 뭐? 왜?
친구C : 나 지금 B네 집에서 계속 전화 오는데 어떡하지? 집에 안 들어갔나? 어제 같이 마신 거 알고 전화한 거 같은데 뭐라고 하지?
나 : B는 전화 꺼져있어? 휴대폰 잃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전화 받아 봐~

전화를 끊고 연락이 안된다는 B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걱정이 됐다. 휴대폰만 잃어버린거라면 집에서 전화가 올리가 없을 텐데 무슨일이 난 건지 싶어 술이 어느새 다 깨버렸다.

짧았지만 나에겐 길었던 시간이 흘렀고 친구C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친구B의 집에서 온 전화는 부모님이 아니었다. 바로 친구B가 집전화로 거 것이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충전 중이었고, 잠금화면을 풀지 못해서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서 알려달라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순간 한 시름 놓았다.

그런데 또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때 친구C가 비밀번호를 적은 냅킨을 가방에 두었는데 그게 없다는 것이다. 가방을 다 뒤져도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결국 B의 휴대폰은 비밀번호를 찾지 못하고 재설정을 위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러나 저러나 전날 과음을 후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괜히 술버릇을 고쳐보겠다고 했다가 또 다른 사건만 이렇게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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