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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주눈꽃 2020. 11. 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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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골뱅이를 통조림으로만 먹어봤다면? 주목해보자.
가끔 술집에 가면 시켜먹는 안주로 가장 자주 먹는 골뱅이 요리는 아마 골뱅이 소면일거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소스에 통조림 골뱅이와 갖은 야채를 무쳐서 담아낸 뒤 옆에 삶아둔 소면을 또아리 들어 깨 솔솔 뿌려나오는 바로 그 메뉴. 소면이 떡되기 전에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저어가며 양념과 비벼서 먹으면 안주와 식사가 함께 해결되는 고마운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이 골뱅이 소면이 골뱅이가 적어 비빔국수를 시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키도 한다.

그래서 그냥 골뱅이만 파는 골뱅이찜이나 생골뱅이라고 해도 바로 찌거나 삶아서 파는 메뉴를 먹어보기도 했다. 골뱅이와 함께 찐 콩나물이 담긴 냄비가 통째로 나와서 함께 양념장에 콕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메뉴도 골뱅이는 소라보다는 작고 우렁이보다는 조금 더 큰 애매한 사이즈였던 것 같아서 알알아 빼먹는 작업에 비해 뱃속에 들어가는 건 별로 없었다. 심지어 콩나물이 골뱅이보다 더 많았던 적도 있었다.

내가 지금 추천하는 이 집 골뱅이는 백골뱅이찜이라고 하는 메뉴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수원 영통역 인근에 있다. 가게가 큰 곳이 아니라 조금 협소한지라 여기도 오후 6시쯤 오픈시간에 맞춰서 방문한다. 추천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일단 앉자마자 나오는 맑은 국물의 홍합탕이 나온다. 그리고 계란말이도 기본 안주로 나온다. 각각 더 리필도 해주시니 골뱅이찜을 먹으러 가면 일단 안주가 2개가 추가로 더 나오는 기분이다. 그리고 홍합탕 같은 경우는 앞접시 세팅과 함께 바로 나오기 때문에 바로 음주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주문한 백골뱅이가 큰 사이즈로 4개 정도 큰 접시에 나란히 자리 잡고 그 옆에는 파무침이 같이 세팅되어서 나온다. 좋은 점은 이렇게 나와서 서빙이 되지만 가위와 집게를 들고 사장님이 나옴과 동시에 바로 발라서 먹기 좋은 크기로 다 잘라주신다는 것이다. 젓가락으로 쏙쏙 집어서 취향에 따라 기름장에 찍어 고소하고 짭쪼롬한 맛을 즐기거나, 와사비 간장으로 알싸한 맛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와사비 또한 생와사비인 것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 중의 하나. 보통 마트에서 판매하는 튜브형 용기에 들어있는 와사비는 꾹 눌러 짜보면 가루를 물에 개어 만든 것 같은 고운 입자인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생와사비를 갈아 만든 것 같은 알알이 살아있는 와사비를 좋아한다. 참치집이나 고급 횟집에서나 와사비가 그렇게 나오는데 이 집은 그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 같아 자주 찾게 된다.

손질된 골뱅이는 파무침과 함께 즐기거나 기름장과 와사비를 얹어 즐기면서 추천하는 주종을 바로 소맥이다. 해산물에는 소주가 참 잘 어울리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이 집 골뱅이집에 가게 되면 항상 소맥으로 마시게 된다. 친구 1명과 함께 둘이 방문했을때 소맥은 그 황금비율로서 빛을 발한다. 소주 1병과 맥주 3병이면 딱 떨어지는 비율로 안주와 딱 맞게 먹을 수 있다.

‘왜 이집 골뱅이만 소맥이 어울릴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골뱅이의 내장 부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골뱅이의 내장부분이 유독 큼직해서 쓴 맛이 날거라 생각하고 잘 안 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부분이 골뱅이와 다른 식감을 주기 때문에 더 추천한다. 흡사 순대 먹을때 간 먹는 그런 식감과 맛인데 훨씬 맛있고 촉촉하다. 골뱅이의 탱글한 살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입 속에서 으깨진다. 먹고 나도 계속 입안에 남는 이 녹진한 맛 때문에 소맥으로 한 번 씻어주든 한 잔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집에서 가기에 멀지만, 자주 찾게 되는 이유다. 매번 가는데도 한 번씩 갈때마다 처음가는 곳처럼 설레고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화장실 가는 게 좀 불편해서 그런지 여자 둘이 오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지만 혹시나 특별한 안주와 골뱅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서 드셔보시기를 바란다. 통조림 골뱅이는 이제 생각도 안 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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