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못하는애주가> 악쓰는 계란말이

주눈꽃 2020. 11. 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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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쓰는 계란말이

나: 뭐라고? 아 쫌 크게 말해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가는 술집은 절대 시끄러워서는 안 된다. 경험상 무조건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쓸데없이 논리적인 이유를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근황 토크가 어렵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면 시끄러운 술집이든 음악이 쿵쾅거리며 춤을 추는 곳이든 어딜 가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둘째, 안주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가 아프게 웅성거릴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있는지 맛이 없는지 잘 모른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정신이 음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으니 당연히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질리 만무하다. 굳이 비싼 안주 값을 주고 먹을 필요가 없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가장 저렴한 안주를 고르고 짧게 있다 일어나는 게 상책.

셋째, 나쁘다.
뭐가? 기분이. 컨디션이.
큰 소리로 상대방과 이야기 하다보면 그런 의도로 하는 말이 아니지만 어투가 화내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나긋나긋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큰 소리로 지르듯 이야기 하는 것을 비교하면 아무래도 상대방이 느끼는 어감이 후자가 나쁠 수 밖에 없으니까.
웅성거리는 곳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귀가 멍멍하고 머리가 아프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끄러운 곳에서 있다가 나오면 머리가 띵하는 기분. 그리고 다음날 목이 쉬어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앗아가는 시끄러운 술집이 이렇게 위험한 것이다.

술자리에서 친구든 애인이든 누구와 마시건간에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술자리가 있다면 그에 맞는 조용한 술집이 필요하다. 패션에만 T.P.O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맞은편에 앉은이에 따라 장소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반대로 평소 잔소리를 일삼거나 쓸데없는 얘기로 듣기 힘들게 하는 이와의 술자리에는 이런 술집을 강력 추천!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정말 시끄러워서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 술집 한 곳을 하나 알아두자. 어쩔 수 없이 함께 마셔야하는 자리에 ‘정말 맛있는 집’이 있다며 데려간다. 혹시 그 술집에서 열변을 토하다 목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그 자가 나오면서 또 시끄럽다고 투덜댄다면 이렇게 말하라.
“어떡해요~ 이제 여기도 못오겠네~ 맛집이라더니 그새 사람이 늘었어요~ 전엔 안 그랬는데” 라고.

 

2018.01.24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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