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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41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지금은 피맥시대

지금은 피맥시대 삼겹살엔 소주, 치킨엔 맥주라지만 ‘피자에 맥주’도 참 잘 어울린다. 아쉽게도 여전히 대부분의 피자전문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나의 오랜 술친구였던 H선배는 피자에 소주를 곁들이면 맛있다고 알려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피자는 콜라에 먹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녀의 발언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 번 그렇게 먹어본 이후로 나는 피자를 집으로 배달시켜서 소주와 마시며 일명 ‘피쏘’를 즐기곤 했다.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의 피자치즈와 쓰디쓴 소주의 조화는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제는 수제맥주집이나 호프집에서 피자를 안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상상하지 못한다면, 직접 경험에 보길. 하지만 지금은 ‘피쏘’가 아니라, ‘피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골뱅이를 통조림으로만 먹어봤다면? 주목해보자. 가끔 술집에 가면 시켜먹는 안주로 가장 자주 먹는 골뱅이 요리는 아마 골뱅이 소면일거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소스에 통조림 골뱅이와 갖은 야채를 무쳐서 담아낸 뒤 옆에 삶아둔 소면을 또아리 들어 깨 솔솔 뿌려나오는 바로 그 메뉴. 소면이 떡되기 전에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저어가며 양념과 비벼서 먹으면 안주와 식사가 함께 해결되는 고마운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이 골뱅이 소면이 골뱅이가 적어 비빔국수를 시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키도 한다. 그래서 그냥 골뱅이만 파는 골뱅이찜이나 생골뱅이라고 해도 바로 찌거나 삶아서 파는 메뉴를 먹어보기도 했다. 골뱅이와 함께 찐 콩나물이 담긴 냄비가 통째로 나와서 함께 양념장에 콕 찍어 먹는 방..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분위기 잡기가 이렇게나 힘든 겁니다.

분위기 잡기가 이렇게나 힘든 겁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선선한 날씨는 여행가기 딱 좋다. 그맘 때쯤 나도 친구와 휴가를 맞춰 부산여행을 가게 되었다. 부산은 난생 처음이라 설레었다. 친구와 카페에서 부산 여행 책자를 보면서 동선도 짜보면서 참 열심히 여행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다니지는 못했지만. 소박하지만 깔끔해보이는 호텔도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체크인 했을 때 방이 좀 작기는 했지만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침대 옆에 큰 창이 있었는데 바다가 보이진 않았지만, 야경이 예뻤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온 주택들이 모여 예쁜 야경을 이루는 동네였다. 낮에는 내내 돌아다니며 지쳐서 들어와서는 씻고 창밖의 그 야경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그 큰 창은 살짝 바깥쪽으로 튀어나와있어서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간판낭독회

간판낭독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처음 술을 마시고 취한 어느 날을 되돌아 보라. 이왕이면 많이 취해서 실수한 날 중에 가장 처음이라고 생각되는 그 날이라면 좋겠다. 그때 당신의 술버릇은 무엇이었나? 나도 내가 취해서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예상치 못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물론, 정확하지는 않다. 취해 있었으므로. 여러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 분위기에 잘 취하는 경향이 있어 한껏 흥이 올라 있었다. 스무 살 쯤 중학교때 친구들과 동창회 비스무리하게 모인 적이 있었다. 헤어진지 얼마 되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땐 왜 그렇게 어른들의 동창회처럼 하고 싶었는지, 주최하는 친구가 있어 그 핑계로 슬며시 참석했다. 한창 잘..

음주에세이 <술못하는애주가> 악쓰는 계란말이

악쓰는 계란말이 나: 뭐라고? 아 쫌 크게 말해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가는 술집은 절대 시끄러워서는 안 된다. 경험상 무조건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쓸데없이 논리적인 이유를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근황 토크가 어렵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면 시끄러운 술집이든 음악이 쿵쾅거리며 춤을 추는 곳이든 어딜 가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둘째, 안주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가 아프게 웅성거릴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있는지 맛이 없는지 잘 모른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정..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언니 좀 노셨나봐요?

언니 좀 노셨나봐요? 첫 회사의 신입 시절. 팀끼리 소박하게 회식을 하고 주임님 차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숙사에 살진 않았지만 그날 많이 취해서 데려다주려고 H선배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이미 그녀는 늘어진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느 동네인지는 들었지만 그 동네 아파트가 어딘지 몰랐던 우리. 먼저 내려주고 가야해서 급한 마음에 정신 못 차리는 H선배를 붙잡고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나 : 선배님, 집이 어디에요? 어디 아파트에요? H선배 : ... 나 : 선배님~ 일어나봐요~ H선배 : ... 그렇게 대답 없는 그녀를 붙잡고 실랑이를 하다 마침 그녀의 휴대폰의 존재를 깨달았다. 숙녀의 가방을 뒤지는 것은 실례지만, 일단 집에는 보내야겠기에 옷이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

[술 못하는 애주가] #1. 말짱 도루묵

말짱 도루묵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뜨끈한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들고 호호 불어먹던 오뎅(‘어묵’이라고 해야 맞지만 ‘오뎅’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니까)을 파는 포장마차. 학생들에게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오뎅 한 두 개와 떡볶이를 곁들여 먹는 추억의 간식일 텐데 애주가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뜨거운 오뎅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몸을 데워주면 크~ 하며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좋은 안주가 된다. 특히 오뎅 국물에 게, 무, 고추 등을 넣어 해물 특유의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나게 하는 곳을 만나면 소주 생각에 몸서리를 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정말 진지하게 ‘가방에 팩소주라도 갖고 다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포장마차 같은 ..

[칼럼] 나만의 주제로 칼럼 쓰기 연습 / 공소시효

50. 나만의 주제_칼럼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런 죽음의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면 그것은 죄일까? - 셰익스피어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2012년에 TV로 방영되었던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자매의 언니는 매우 공부를 잘하던 우등생이었고, 2004년 당시 백댄서로 활동하고 있던 동생이 언니에게 단역배우를 권했다고 한다. 마침 방학을 맞아 시간적인 여유가 많던 언니는 단역 배우를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단역배우들을 관리하는 업체 직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언니는 3명의 업체 반장 및 직원들에게 돌아가며 성폭행을 당했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들..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9. 아침형 인간 되기 연습

아침형 인간 되기 연습 지난주에 7시 30분에 기상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어릴 때부터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 하던 나였다.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 이유가 없을 때는 항상 12시까지 자곤 했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나오고 관련 책이 유행하던 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야밤형(?) 인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2시 혹은 4시에 잠드는 나에게는 9시에 일어나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7시 반에 일어나기는 나에겐 새벽에 일어나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누가 나에게 강제하지 않고도 내 스스로 목표를 잡고 7시 30분에 기상하기에 성공했다. 물론 힘들고 피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 게 아..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8.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 문장은 어느 책 제목에도 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곧 내 인생의 모토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랑하는 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물을 꾹 참고, 농담으로 우는 이를 피식 웃게 만들 것이다. 이럴 거면 난 개그우먼을 했었어야 했나? 어쨌든, 위트있는 멘트를 날리면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라며 볼멘소리를 하거나 ‘엄마답네’라고 헛웃음 짓는 내 자식들의 모습을 흐뭇하며 바라보며 눈감고 싶다. 죽기 전까지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그 중에 내가 생각한 몇 가지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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