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일상에세이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8.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주눈꽃 2020. 11. 2. 11:16
728x90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 문장은 어느 책 제목에도 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곧 내 인생의 모토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랑하는 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물을 꾹 참고, 농담으로 우는 이를 피식 웃게 만들 것이다. 이럴 거면 난 개그우먼을 했었어야 했나? 어쨌든, 위트있는 멘트를 날리면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라며 볼멘소리를 하거나 엄마답네라고 헛웃음 짓는 내 자식들의 모습을 흐뭇하며 바라보며 눈감고 싶다.

 

죽기 전까지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그 중에 내가 생각한 몇 가지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혹시 관심 있는 이들은 함께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나는 죽기 전까지 줄곧 무엇인가를 배울 것이다. 현재도 이미 충분히 배우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세상에는 정말 내가 모르는 분야와 세상이 많다. 내가 나이가 들어 늙어갈수록 세상은 계속 급변하면서 발전해 내가 모르는 물건과 문화로 가득찰 것이다. 내가 지금 있는 것들 중에 관심 있는 것을 모두 배워 지루해지기 전에 이미 또 새로운 것들이 이 세상을 차지할 것이다. 끊임없이 배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데에 지금처럼 머리나 손이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점점 이해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노화가 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낯선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비로소 성공했을 때, 그 성취감은 어떨까? 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성취감은 느끼면 느낄수록 더 중독되는 기쁨이다.

 

두 번째, 지난 것을 다시 본다. 내가 기록했던 일기장을 다시 본다거나 지난 영화나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도 괜찮다. 평소에는 지난 과거에 대해서 돌아보는 걸 즐겨하진 않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너무 재미있다는 걸 느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내가 모르는 새에 많은 것들이 변한다. 나는 내가 썼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는 절절하게 쓴 일기들도 다시 읽어보니 흑역사더라. 다 폐기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내가 과거의 나를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것이 일기장이다. 내 기억엔 없지만 내손으로 썼다는 그 일기를 만져보면 뭔가 시간여행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흥미롭다. 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본걸 또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로 나온 것들만 해도 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본걸 또 보는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있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지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시 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조연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 무명시절이라 주인공의 친구나 엑스트라로 있었던 짧은 대사와 어색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지금은 좀 떴다 싶은 배우들이 보인다.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 이 영화 본 건데, 저 사람 나왔었나? 몰랐네~’하며 즐거워했다. 그 이후로는 종종 영화채널을 통해 본 영화도 또 보게 되더라. 지난 것을 다시 보면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아는 것이 다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있다. 단조로운 일상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치는 시간에도 매 순간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니 인생이 너무 지루하다 느껴질때는 한번씩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소소하지만, 나는 실제로 카페 알바를 하면서 남의 이야기에 괜히 귀 쫑긋하며 엿듣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매 순간을 흥미로운 순간으로 채우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모토. 죽는 순간까지도 개구지고 장난치고 싶은 익살스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몇 십 년 후에도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즐기면서 평생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가 되길.

 

(원고지 10.3)

2017.03.27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