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TV로 보는 세상

<김과장> 의인의 유쾌한 발상으로 사회문제를 꼬집는다

주눈꽃 2020. 10. 27. 11:41
728x90

<김과장> 의인의 유쾌한 발상으로 사회문제를 꼬집는다

 

갑자기 '의인'이라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단어이지 않은가? 바로 요즘 내가 즐겨보는 수목드라마 <김과장>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오는 단어이다. 처음에는 가볍고 유치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에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지하고, 심각하며 메소드연기에 푹 빠져 볼만한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전체적으로 각자의 캐릭터들을 모두 잘 소화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꽤 유치하고도 개그코드가 엔딩마다 그림으로 바뀌면서 가볍고 유쾌한 이미지를 확고히 시킨다. 아주 심각한 장면에서 끝나는 것 같지만, 엔딩 그림에서는 꽤 만화적 요소가 곁들여지는 것이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여기서 김과장은 김성룡 과장을 뜻하고, 남궁민이 연기하는 캐릭터이다. 돈에 관련되서는 타고난 천재적 감각이 있는 자이다. 하지만 의롭지 못하고, 지방에서 조폭이나 소상공인들의 장부를 관리해주는 척 하며 조금씩 삥땅치면서 산다. 그의 꿈은 덴마크에 가서 사는 것. 이민을 위해 10억을 모으려고 열심히 삥땅을 치다가 유통관련 대기업인 TQ에서 경리부과장 경력직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학력 다 필요없이 실기와 면접만으로 뽑는 유례없는 파격 채용공고에 '더 큰 물에서 삥땅 쳐서 덴마크로 가자!'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가 덜컥 붙게 된다.

그렇게 입사하게 된 TQ그룹에서는 이미 이중장부와 회계를 속여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대표이하 임원들의 부조리에 회사 속은 썩은 강정이었다. 실기와 면접만으로 뽑은 이유도 그 업무를 몰래 해줄 만한 실력과 쓰고 버릴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던 것. 삥땅 치는 그의 과거를 알기에 더 이용해먹기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회사 정문 앞에서 언땅에 미끄러져 차에 치일뻔한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부터 '의인'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의인처럼 살지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가 거짓말 하지않고 정직하게 살다 피해만 보시고 살았던 걸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왔던 김성룡 과장은 '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이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의인'이 되고 나서부터 자꾸 하는 일마다 의인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경리 업무를 직접 해봤던 나라서, 영수증 처리에 곤혹을 겪어본 경험이 드라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회사 법인카드로 전혀 업무와 상관없는 곳에서 긁고는 경비처리 해달라며 생떼를 쓴다거나, 임원들은 예산보다 더 초과해서 쓰시는 경우도 많았다. 개인카드 영수증을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리부서의 고충에 처음에는 공감하면서 보았던 드라마였다. 허나 점점 TQ그룹의 TQ택배사의 노조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내 2대기실이라 칭하면서 실은 복도에 둔 독서실 책상으로 사람을 고문하는 일 등 실제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게 나오는 기업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재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위원장의 빨간조끼를 신기해하며 입고 있다가 납치당해 TQ그룹에서 3억을 주고 노조해산을 조건으로 한 합의서에 싸인을 하게 하는 등의 더러운 일들을 모두 까발렸다. 이런 저런 문제를 일으키며 그는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게 하기도 했다. 같은 대기실에 있던 다른 부장님은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그걸 말리기도 했고 그는 그 일을 계기로 대기실을 없애는 작전을 짠다. 그 근처에 있는 부서에서 업무를 못하도록 계속 방해하는 작전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내 직장인들에게 닥치는 고난을 유쾌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자꾸 중독성이 생긴다.

매회 창의적으로 사측의 사람들을 빡치게(?) 만드는 그의 그 능글맞은 태도들이 너무 통쾌하다. 직장인들은 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까 싶은 드라마. 실제로 회사에 다니면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드라마라서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의인이 아닌 캐릭터임에도 '의인'이 될 수 밖에 없는 '똘끼'가 있는 캐릭터다. 사회문제를 이렇게 코믹스럽게 꼬집어 낼 수 있는 드라마기에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쾌한 김과장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원고지 10.6장)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