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서평과 독서에세이 사이

애주가 언니들, 한 잔 할까요? <취중취담> 홍은혜

주눈꽃 2020. 10. 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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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언니들, 한 잔 할까요?

 


마음을 쉬고 싶을 때, 누군가와 수다 떠는 것 보다 혼자서도 더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많진 않지만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도 그런 책이 몇 권 있었다. 이윤용 작가의 <생겨요, 어느 날>, 혼자 사는 싱글녀의 삶을 너무 재밌고, 유쾌하게 그려놓았다. 자취했던 시절이 생각나고, 혼자 사는 친구와 남자친구가 없는 싱글녀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 난 결혼했지만, 혼자 살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리울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그리고 다른 한 권은 지금 이야기할 또 한권의 책이다. 홍은혜 작가의 <취중취담>.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라디오 작가 분들이 쓴 책이다. 한 때 방송작가를 꿈꿨던 내가 방송작가의 매력에 아직도 푹 빠져있는 것일까. 라디오를 한창 즐겨 들을 때, 작가의 꿈을 키우곤 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만약에 방송작가의 꿈을 이뤄서 작가가 됐다면, 매일 이렇게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웃음이 났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항상 새롭고, 흥미롭다.
 
<취중취담>. 이 책은 술이 땡긴다. 내 주변에 같이 술 마시던 언니들과 친구들, 선배들까지도 다 생각나는 책이다. 작가의 솔직한 취중 에피소드들이 나를 즐겁게 했다. 술을 먹고 전 남자친구한테 전화를 하거나 술 취하면 내내 울기도 했고, 택시타고 집에 도착해서는 택시비로 휴지를 대신 내기도 했단다. 집까지 가기 너무 힘들어서 현관 앞 계단에 쓰러져 있다가 아빠 출근하는 길에 걸려 혼난 일. 술 마시는 이들에게는 주위에서 흔하게 보는 취중실수담이면서도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라 친근하다. 이런 에피소드들 틈틈이 술자리에서의 인간관계라든지, 직장인의 고뇌, 연애의 설레임, 이별의 슬픔, 가족들과의 끈끈함 들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냉장고를 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책과 함께 하는 술자리, 언니들 한 잔 할까요?
 
(원고지 5.1)

 

 

*현재 판매하는 곳이 없는 책입니다.(2020.10.12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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