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중에서도 유독 찾아 읽게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예쁜 표지에 더 눈이 갔고, 어떤 살인 사건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저 '숙명'이라고만 쓰인 제목에 더 내용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간단한 내용을 말해주자면, UR 전산 대표 스가이 마사키요가 살해 당하면서 주인공인 유사쿠가 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UR전산의 세력을 두고 우류가와 처남인 스가이 가와 세력을 겨루는 구도였기에 우류가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유사쿠는 어린 시절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우류 아키히코를 다시 만났지만, 그가 자신의 옛 여자친구와 결혼한 것까지 알게 되면서 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유사쿠는 살인사건을 밝히려는 의지보다는 이번 기회에 아키히코를 대놓고 파헤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키히코만 대놓고 의심하는 느낌이었다.
이후는 스포가 될 것 같아 말을 줄인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건 책내용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내가 독서한 방법에 대한 아쉬움이다.
우류 가의 살인사건으로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라 한 번에 몰입해서 읽는 게 좋은데, 이번 소설은 자꾸만 끊어 읽게 되어서 몰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 아쉬웠다.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 것 같은지 추리해 나가는 재미도 있지만, 몰입이 잘 안되면서 그 부분이 끊어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를 많이 못 느꼈다.
앞으로는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하루 통으로 시간 내서 몰입해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할 땐
인물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정리하면 편하다.
문장 수집
- 어제 낮에 뒷문 언저리에서 당신 뒷모습을 보았는데, 라고. 그러나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물어보려고 해도 막상 말을 할 때는 얼굴이 굳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미사코는 두려웠다. 자기가 그걸 묻는 것과 동시에 아키히코의 안색이 바뀌는 것이.
- 그 말을 들으면서 미사코는 마음속에 차가운 부분이 생겨나는 걸 느꼈다.
- 내가 남편을 감싸다니, 그런 일 없어. 내 인생은 보이지 않는 실이 조종하고 있어. 마치 한계까지 당긴 팽팽한 고무줄이 되돌아오듯이 그녀는 말했다. 왜 자신이 우류 아키히코와 결혼했는지, 왜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는지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에 관해서. ‘실’이라는 표현을 그녀는 사용했다. 아버지가 벽돌병원에 입원했을 무렵부터 그 실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 유사쿠는 얼굴에서 피가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조차 들었다. 잊지 않았다. 그 사진에 찍힌 건물은 틀림없는 그 벽돌병원이었다.
- 수술할 때 자른 그 뇌량은 왜 머리에 존재하는 걸까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우뇌와 좌뇌에 다른 의식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 거죠.
- 녀석이 의사가 된 것은 역시 허세나 객기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상하지 않냐. 너는 희생자 쪽 사람이잖아. 그런 네가 속죄를 해야 하다니.” 유사쿠가 말하자, 아키히코는 뭔가 눈부신 것이라도 보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게 어떤 피가 흐르는지는 관계없어. 중요한 건 내게 어떤 숙명이 주어졌는가야.” “숙명.” 그 말은 유사쿠의 머릿속 저 밑에서 울렸다. 동시에 조금 전 우류 가에 입양된 아키히코를 질투한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 숙명을 위해 아이다움을 잃고, 인생의 대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처지를 어떻게 부러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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