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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5. 독서실 총무의 일상

주눈꽃 2020. 10. 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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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총무의 일상

 


아침 7시30분,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더듬거려 휴대폰 알람을 끈다.
7시 40분, 또 울린다.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펴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좀비처럼 터덜터덜 욕실로 걸어간다. 샤워기의 물을 틀고 더운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다. 토너를 화장 솜에 톡톡톡 묻혀 얼굴을 슥슥 닦는다. 쿠션 팩트와 립만 바르면 화장 끝. 붙박이장 스르륵 열어 옷을 꺼내 입고, 거실로 나와 가방을 챙긴다. 밤새 머리맡에 충전해 둔 휴대용 외장충전기와 충전기, 아이패드를 챙긴다. 바인더와 필통, 휴대용 와이파이, 지갑까지 모두 가방에 넣은 후에야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보통 8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독서실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큰 길 횡단보도에 다다를 때 쯤, 초록불이 깜빡이면 고민한다. 다시 신호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면 시간이 조금 더 걸려 25분에 도착한다. 정식 오픈 시간은 8시 30분이다. 총무는 오픈하기 10분 전에 들어가서 문을 열고, 독서실 컴퓨터를 켠다. 독서실 출입시스템을 켜야 입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자마자 불 꺼진 독서실이 무서워 후다닥 안내데스크로 들어가서 전등을 다 켠다. 컴퓨터와 백색소음기, 환풍기까지 다 켜놓고 시스템 켜둔 뒤에서야 청소를 시작한다.

총무가 하는 일은 아침 청소와 마감 전에 하는 청소, 총 30분도 안 걸린다. 아침 청소는 열람실을 청소하는 일인데, 보통 6개의 열람실을 격일로 3개씩 나눠서 청소한다. 1~6까지의 열람실을 월, 수, 금은 1,3,5 열람실 청소하고 화, 목, 토는 2,4,6 열람실을 청소한다. 일요일(내가 근무했던 날이다)은 전체 다 청소한다. 일요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 같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청소가 끝나면 환풍기를 끄고, 내 자리에 들어가서 공부를 한다. 보통은 안내데스크에서 공부를 한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집중하기 힘들면 들어가서 공부해도 된다고 하셔서 자리에서 공부를 한다. 데스크에는 부재중이니 010-****-****로 전화 달라는 메모를 남겨둔다. 오전에 청소를 끝내면 보통 8시 50분정도 되는데, 자리에 앉아 바인더를 먼저 펼쳐서 해야 할 공부 과목을 정하고 뭘 할지 정리한다. 전날 하다만 교재를 그대로 두고 간 경우에는 그냥 이어서 바로 공부를 할 때도 있다. 요즘은 특강으로 한 과목을 8시간씩 하는 데, 1.4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본다. 봐야할 강의가 많기 때문이다. 수시로 전화와 문자로 독서실 문의가 온다. 휴지, 믹스커피와 종이컵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정수기에 물을 버려 넘치진 않는지 손님응대하느라 집중 깨졌을 때마다 챙겨 본다. 여름에는 내내 에어컨도 주기적으로 껐다 켰다 했어야 했는데, 이제 가을이 와서 그런 수고가 덜었다.

12시에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는다. 독서실 인근의 편의점, 분식집, 일반식당 등 골라 챙겨 먹는다. 그리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들리는 카페 이디야. 쿠폰 덕분에 공짜로 마신 커피가 몇 잔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오후 공부까지 하다가 4시 반이 되면 뒷정리를 한다. 원래 퇴근시간은 5시 반이었는데, 항상 사장님이 5시에 전화하셔서 퇴근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4시 반부터 미리 뒷정리를 해서 5시에 퇴근한다. 업무 마감 전에 하는 청소는 환풍기를 켜두고, 휴게실과 복도에 있는 휴지통 비우기, 정수기 비우기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휴게실은 더러울 때마다 청소해주는데, 5시 이후에는 저녁식사를 하는 분들이 오기 때문에 테이블은 꼭 닦아준다. 청소가 다 끝나면 환풍기를 끄고, 오늘 결제했던 분들 대장을 보면서 정리한다. 전화가 오면 항상 ‘뭐 있었니?’라고 물으신다. 기간 연장이나 신규 등록하신 분들 몇 명 있었는지 보고 드리고, 비어있는 자리가 몇 번인지 알려드리면, 몇 번에 불 켜두고 퇴근하라고 하신다. 그럼 난 점등한 뒤, 부재중 연락처를 사장님 연락처로 바꿔놓고 내 자리로 간다. 공부를 더 하고 가는 경우, 보통 나의 귀가 시간은 남편이 집으로 도착하는 시간 즈음이다. 7시 반 혹은 8시 반쯤? 그게 아니라면 보통은 가방 챙겨서 집에 오면 5시 반이 채 되지 않는다.

(원고지10.6장)

2016.10.2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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