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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2. 카공족이 카공족을 창피해 할 때

주눈꽃 2020. 7. 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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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원래는 몇 개월 동안 독서실 총무로 일 해왔던 시간이다. 새로 구한 총무가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수요일을 금요일로 바꾸어 근무하게 되었다. 2월부터 일,월,수,목 이렇게 4일 일 해왔는데 앞으로 그만 둘 때까지는 일,월,목,금 이렇게 요일을 바꿔 일하게 되었다. 매일 독서실에 앉아서 일하며 공부하던 시간에 집에 있으니 매우 기분이 색달랐다. 마치 벌써 금요일이 된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단골커피인 송커피에 가서 카페 공부를 했다. 점심시간에 방문해서 손님이 많아 시끄러웠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본 게 생각났다. 한 카페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게 좀 시끄러웠나보다. '아,엄청 시끄럽게 하네.' 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 테이블 손님이 이 말을 듣고, 시비가 붙은 것이다. 그 사건의 대화를 적은 것을 찾아보았다.

- 저기요
- 네
- 저희 00 국가시험 준비 중인데 방해되네요?
- 근데요?
- 좀 나가주시면 안될까요?
- 저희가 왜요?
-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구요.
- 그쪽들이나 가시구요. 여기는 독서실 아니고 카페입니다.
- 원래 이쪽 카페들 거의 다 공부하는 사람들만 와요.

고시촌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한다. 고시촌이 있는 카페는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오는 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카페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곳이다. 물론, 본인이 카페에서 커피마시면서 공부하는 것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카페를 오픈한 것은 공부하면서 커피를 마셔도 된다. 카페는 공부하다가 잠깐 친구와 커피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이야기할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비가 붙어 충돌했지만, 카페 사장이 와서 말리면서도 손님이 조용히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이 공부가 방해 된다며 나가라고 할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도 카페에서 그룹 스터디하면서 단체로 공부하면서 이야기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실이나 도서관을 못 가고 카페 와서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대화한다고 시끄럽다고 나가라는 것은 뭔지. 스터디룸으로 가셔야 한다고 본다.이 안하무인 카공족은 뻔뻔하게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오는 카페라며 나가달라 요구했지만, 카페 업주 입장에서는 둘 다 똑같이 커피 값을 지불한 손님인데, 사장이 가만히 있는데 나가라고 하는 손님이 더 웃긴 거다.

나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카공족이지만, 이런 카공족은 정말 창피할 따름이다.
카페에서 긴 시간동안 자리 잡고 공부하면서 와이파이 쓰고, 노트북한다고 전기 쓰고 이럴 때는 커피 한잔만으로는 죄송해서 잘 먹지 않는 케이크도 주문하고, 음료도 2잔씩 마시는 경우도 있다. 카페가 사람이 너무 많아 시끄러우면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아 기분이 나쁠 때도 물론 있다. 어느 정도 대화하는 소리는 공부하다보면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가끔 목청 크신 분들이나 단체로 오신 아주머니들이 오시면 긴긴 수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몇 시간은 그냥 나도 방해되면 공부 말고 다른 걸 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손님들한테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너무 공부가 안되면 그냥 내가 짐 싸들고 나간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너무 시끄러워서 나갔느냐면서 사장님이 죄송해하기까지 한다. 사실 사장님이 죄송할 일은 아닌데도 말이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조금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한다던가, 카페에서 대화하는데 나는 적당한 소음은 백색소음이라고 해서 오히려 집중이 잘 된다고 하니 공부하는 카공족들도 그 정도는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원고지 10.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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