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일상에세이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 일기도 잘 안 쓰는데 무슨 글을 써?

주눈꽃 2020. 7. 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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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자칭 다독가였다.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한 시골 마을에서 나도 유년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친했던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상회(슈퍼도 아니고)가 달랑 하나있는 시골이었다. 요즘은 동네마다 있는 그 흔한 놀이터도 없는 곳에서 친구네 집 뒷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집에 가기를 미루던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집에 가면 심심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항상 낚시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아버지 덕분에 방학 때마다 집에 있던 60권짜리 위인전집을 다 읽고도 학교에 비치된 책과 친구 집에 있는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빌려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원고지에 매번 독후감 써서 모아두는 걸 나중에 한 뭉치가 되었을 때 뿌듯함을 느꼈고, 독후감을 쓰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입시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다. 그시절 10대 대부분이 그렇듯이 책보다는 휴대폰으로 하던 '붕어빵 타이쿤'이 재미있었고, 친구들과 메신저에서 만나 수다 떨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재미있었다.
 
그래도 막연하게 장래희망에는 소설가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적곤 했다. 그게 그렇게 되기 어려운 줄도 모르고. 초등학교 5, 6학년 쯤 <국화꽃 향기>와 <가시고기>와 같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슬픈 소설들을 읽었을 때 처음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열 두 살, 어른이 되면 이 정도의 소설은 당연히 쓸 줄 알았던 걸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꿈을 적을 수 있는 그때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어느 덧 내 나이 스물아홉. 이제는 쉽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만큼 어리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책을 내고 싶다. 왜? 책도 잘 읽지도 않으면서, 일기도 평소에 안 쓰면서 무슨 글을 써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나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도 다들 책 한 권은 죽기 전에 꼭 남기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이다.
 
모두들 나처럼 책을 쓰고 싶어 하지만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읽어왔던 자기계발서처럼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며 불우한 환경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죽기 직전까지 고생하다가 목숨을 구했고, 그 이후 열심히 인생을 살며 성공했다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도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업무에 전문가로서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지식이나 노하우도 없다. 좁고 깊게 아는 것보다 얕고 넓게 아는 걸 더 좋아한다. 해보고 싶은 건 이것저것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쓰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글이란 누군가 읽어주기를 위한 마음이 깔려 있다. 초등학교 때 쓰던 그 일기장도 결국은 선생님이 다 읽어보시는 걸 알고 쓰는 게 아니었나? 친구와의 비밀은 절대 적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SNS도 짧지만 어쨌든 글을 써야 한다. 나의 생각과 일상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것도, 책을 쓰고 싶어 하는 것도 더 넓은 세상에서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소통의 욕구’에서 나온 것 같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책을 내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절대 못하는 일 또한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 어른이 되었으니까. 자기 전에 이불 킥 할지라도. 그 꿈을 위해 무림의 고수처럼 조금씩 글 실력을 다질 때가 되었다.


(원고지 10.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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