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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7. 제주도 수학여행

주눈꽃 2020. 10. 1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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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 수학여행을 갔다가 목포항으로 가는 배를 탔다. 내가 탄 배는 객실이 3층까지 있던 큰 배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도 함께 타고, 일반인들도 모두 탈 수 있을 만큼 큰 배였다. 오후 6시쯤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밤새 배에서 자고 일어나면 부모님이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

배 안에서는 따로 좌석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넓은 방 같은 곳으로 아무데나 엉덩이 닿는 곳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객실로 들어오는 출입구에서부터 쭉 복도처럼 이어진 곳으로는 이미 친구들이 벗어둔 신발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창문이 작게 나 있는 벽 쪽으로는 친구들과 나의 짐으로 가득한 가방들이 쌓여있고, 중간 중간 그 가방을 베고 누운 아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으니 공기가 탁했다. 답답하기도 하고, 종종 갑판 쪽으로 나가 바람도 쐬고 바다도 맘껏 보았다. 이렇게 큰 배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제주도로 갈때는 도착하기 전에 너무 배가 흔들려서 멀미를 하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넓은 바다로 나오니 배는 쭉쭉 바다를 가르며 질주했다.

저녁은 간단히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통자로 된 객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울렁울렁 거리는 배의 움직임에 몸을 맡겨 저녁을 조금 챙겨먹었다. 배가 움직이니 별 생각이 없었지만, 안 먹으면 더 속이 안 좋다기에 조금이라고 챙겨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둑어둑 해졌다. 선생님이 어두워서 위험하니 갑판 쪽으로는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밖은 깜깜했고, 천둥과 번개가 치며 내리는 비에 배도 많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워서도 계속 내 몸이 움직이니,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작은 창 너머엔 온통 까만색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큰 배니까 걱정 없을 거라던 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점점 비바람이 거세졌고, 이제 휴대폰도 터지지 않게 되었다. 공중전화를 찾아보았지만, 1개 밖에 없던 공중전화 앞에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원고지 5.5장)

2016.11.2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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