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일상에세이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0. 헤어짐을 먼저 보는 습관

주눈꽃 2020. 10. 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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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헤어지는 게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어릴 때 시골집에서 자란 나는 많은 동물들과의 이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바둑이, 진돌이, 버꾸, 해리, 메리, 복실이 그 많은 이름들을 다 울면서 보내야했어요. 주말이나 방학 때, 자다가 개장수 아저씨의 트럭이 천천히 지나가면서 확성기나 테이프로 틀어두던 “개~삽니다~개~사” 란 소리가 그렇게도 듣기 싫었습니다. 매번 개장수 아저씨에게 목줄이 잡혀 끌려가 트럭에 오르는 그 모습들이 아직도 저와 내 남동생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시골 분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충격 받을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셨겠지요. 여러 번 그 광경을 보면서 엉엉 울기도 했어요. 지금은 눈물 하나 글썽이지 않고 이렇게 담담히 말할 수 있다는 게 더 씁쓸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불쾌해하실 것 같아 걱정도 되고요.
 
저와 제 동생은 그런 어린 시절 이후로 집에 있는 동물들에게 마음을 닫았습니다. 특히 백구나 황구처럼 몸집이 커지는 개에게는 관심을 주지 못했어요. 그나마 다 커도 크기가 작은 강아지들은 팔아도 돈이 안 된다며 팔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오래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었죠. 가끔 학교 갔다 돌아오면 내가 아끼던 강아지가 없을 때도 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나마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보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나는 애정을 쏟고 싶은데, 자꾸만 가축으로 여기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죠.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도 우리가 이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다 주면 나중에 오는 이별에 크게 상처받는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든 동물이든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그 만남이 이어질지를 가늠하고 먼저 헤어짐을 생각하게 되는 습관이 들게 됐습니다.
 
이런 습관은 동물이 아닌 사람을 만날 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며 지켜봤습니다. 이 사람이 오래 내 옆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 마음을 슬쩍 놓죠. 내가 먼저 알기 전에도 고백을 받으면, 항상 그것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이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면 이제 나랑 끝이겠지?’ 혹은 ‘이 사람은 어느 지역에서 살길 원하는데, 그럼 너무 멀잖아. 장거리 연애는 어렵다던데, 얼마 못 갈거야’ 이렇게 연애를 하면서도 항상 헤어짐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반,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직장 공통점이 없으면 늘 멀어질 것을 걱정했죠. 그래서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면서도 너무 좋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항상 상대에게 사랑을 확인했어야 했죠. 내 옆에 있어줄 수 있느냐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사랑을 맹세하고,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을 받으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전 이별을 먼저 보는 습관을 100% 고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헤어지는 것이 무섭진 않아요. 수많은 이별의 아픔을 통해서 많이 울었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나 또한 성숙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헤어지기는 싫어요.
 
(원고지 8.4장)

2016.12.28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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