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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1. 나의 단골카페 송커피

주눈꽃 2020. 10. 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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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골카페 송커피


송커피.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작은 개인카페이다. 내가 이 집의 단골이 된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카페는 개포동 작은 빌라들이 있는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골목 깊숙이 숨어있진 않지만, 큰 길가가 아니라서 우연히 지나가다가 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거의 근처에 사무실이나 단골들이 찾는 카페이다. 나도 이 동네에 이사 오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좋은 인연들이 참 많은데, 벌써 이사 가기 아쉬워진다.(실제로 이사는 한참 남았다. 머나먼 일)
 
집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페라 지나가면서 처음 발견했던 것 같다. 알고만 있다가 오빠와 양재천 산책을 하고나서 카페 갈까 하던 차에 송커피가 생각이 났다. 내가 봐둔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갔던 게 내 기억 속에 첫 방문이었다.
 
일단 카페 내부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직접 피규어를 모으거나 하는 데 취미는 없지만 구경하는 건 좋아한다. 송커피 내부의 선반이나 책장 틈틈이 인형들이나 피규어가 진열되어있어 투박한 실내 나무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한 켠에는 큰 책장이 있는데 커피관련 책들이나 샌드위치 레시피를 담은 책들로 가득하다. 사장님이 카페 운영하면서 보셨을 법한 책들이었고,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커피 만화책도 있어서 간혹 책을 안 가져갔을 때는 슬쩍 꺼내서 읽기도 한다. 스포츠 소재였던 만화는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읽진 않았고, <카페드림>은 1~5권 모두 읽었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사장님은 커피 원두도 직접 로스팅 하시고, 디저트 메뉴들도 직접 다 만드신다. 가끔 커피 볶을 때 가면 커피 볶는 냄새에 취한다. 로스팅 기계 소리에 용한 시간을 보내기엔 아쉬움이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 고소한 커피 볶는 향이 좋더라. 주로 일요일에 쉬는 날 로스팅 하는데, 가끔 운이 좋으면 손님 없는 평일 오후에도 볶는 걸 볼 수 있다.
 
이제는 단골이 된지 1년이 넘어가니 함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기도 하면서 이웃처럼 지내고 있다. 디저트를 만드는 날은 디저트 만드는 과정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군침이 돌아 카페로 달려가곤 했다. 가끔은 지인이 사 오신 빵이나 과일을 주문한 커피와 함께 내주기도 했다. 더울 땐 아이스크림도 나눠주는 훈훈한 사장님이시다. 지내면서 손님이 많지 않을때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연애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면서 친근한 매력을 뽐내셨다. 얼마 전엔 휴가를 다녀오셨는데 휴가도 커피투어를 한다고 인도네시아 원두 구경하고 오셨다고. 출장인지 휴가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진정으로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날씨가 좋은 날엔 커피 주문 한 거 가져다 드리고, 여직원과 둘이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치기도 한다. 단골아저씨가 지나가다가 채 뺏어서 같이 치기도 한다.
 
직원과도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며, 커피향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삶이 너무 멋지다. 나도 나중에 카페를 하게 된다면 이런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테이블은 몇 개 없더라도 책장은 하나 더 들여놓고 싶은 그런 카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카페 사장님의 모습에서 ‘행복’을 배운다.
 
(원고지 8.7장)

2016.12.29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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