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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2. 내가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유

주눈꽃 2020. 10.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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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유


요즘 돈이나 경제에 관련해서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기초지식이 없어서 경제는 재미없고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쉽게 설명해주는 EBS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기본 소양을 쌓아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쉽게 설명해준다고 해주는데도 사실 내 수준에는 어렵다. 그래도 자꾸 들으면 알아듣겠거니 하고 듣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직장에서 경영재무 관련 업무의 경력이 있다. 경제와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회사 경영에 관련된 업무라 돈을 만질일이 많았다. 관심만 있었다면 충분히 회계 쪽으로도 자기계발dl 가능했다. 회계사 자격증도 욕심내 보았지만, 학원 다니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학원 몇 달 다니고는 시험조차 등록하지 않고 포기했다. 내 월급은 들어와서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관심도 없는데, 회사에서는 매일 영수증과 씨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차변, 대변 입력하면서 세금이나 인건비 청구하는 등 업무는 매달 잘 해내는 유능한 직원이었다. 일처리는 배운대로 능숙하게 하게 됐지만, ‘나는 숫자에 약해. 일은 월급 주니까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일을 대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나는 일에 대한 목적과 사명이 없었던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다른 걸 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저 매달 해야 하는 일처리의 과정만 반복하는 기계처럼 살았다. 그러니 일이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


매달 들어오는 예산은 본사에서 계속 줄이고, 모시던 임원은 예산이 적다며 더 달라고 품의 올리라고 하지, 품의 올리면 뭐가 부족해서 올렸냐며 어김없이 본사에서 전화가 와서 내게 따져 물었다. 밑에서는 지사장, 팀장들이 개인마다 쓸 수 있는 법인카드 한도가 너무 적다고 아우성이었다. 내가 맘대로 한도를 올려라 말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도 담당자라는 이유로 위아래로 두들겨 맞는 꼴이었다. 그 외에도 하는 업무가 많아 사무실 내 자리의 전화는 내내 울려댔다. 내 돈 관리도 못하는데, 3년 동안 회사 돈 관리에 상무비서에 직원 관리까지 하느라 진절머리가 났던 것 같다. 내 돈이든 뭐든 그저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싶었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을 좇아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 이후로는 몇 년 간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썼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다시 경제 소모임에도 참여하게 되고, 가계부 특강도 들어보고 하는 이유는 그저 ‘관심’이라기보다는 ‘각성’에 가깝다. 결혼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결혼하면서도 경제관념이 전혀 없었다. 매달 월급타면 그걸로 책장이나 화장대를 구입해가며 집을 채워갔다. 사실 결혼 생각 없다고 결혼자금도 만들어두지 않은 상태였고, 모은 돈이 없으니 잔고가 텅텅 빈 ‘텅장’만 여러 개 있을 뿐이었다. 지금 결혼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지금의 내 상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 일을 하지 않고 공부한다고 오히려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이니, 오히려 전보다 더 안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건 나였다.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과 다른 삶을 살던 동태 눈깔의 나는 요즘 매우 의욕에 넘친다. 매주 나가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이제는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해졌고, 하고자 하는 욕구도 더 심해졌다. 일단 뭐든 ‘시작’하고 보는 내 급한 성미에 맞지 않게 시작하기 전에 돈 걱정에 자꾸 마음이 걸렸다. ‘이제 돈을 모아야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돈 걱정 없이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모임에서도 ‘돈’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처음 들었을 때, 잘 몰랐다. 반복적으로 주입해주신 덕분에 깨닫게 되어 독서모임 <부자의 인간관계>를 발표한 JY언니와 재정관련 발표를 도맡아 해주신 MJ씨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경제소모임을 만드신 IS씨까지. 시작하고 싶단 마음이 들 때 주변에서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곁에 있으니, 이미 큰 돈을 모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일단 관심이 생겼으니 꾸준히 한다면 나도 내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내가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유, 그리고 돈을 모으려는 이유는 내가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고지 11.3장)

2017.1.2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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