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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3. 내가 개인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주눈꽃 2020. 10.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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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사실 나는 커피를 잘 모른다. 지금 이렇게 핸드드립을 찾아 마신 건 지금 이 카페를 다니면서부터였다. 중학교 때, 그저 학원에서 시험기간에 공부할 때 친구들과 뽑아마시던 자판기 커피의 뜨끈한 온기가 좋았다. 적당히 텁텁하고 달큰한 그 맛에 혓바닥이 노곤노곤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어른이 된 기분도 들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점심시간에 다들 들고 다니는 일회용 커피 컵이 멋져 보였다. 나중에 점심시간이 보장되면서는 ‘살려고 마신다.’는 말에 공감할 정도로 직장인의 아침은 매일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피곤하던 피곤하지 않던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아 마시는 부류에 속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면 정신도 번쩍 드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커피를 찾곤 했으니까.


쉬는 날에는 집에만 있기 답답할 때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책을 들고 가서 죽치고 몇 시간씩 있기를 좋아했다. 왠지 조금 작은 개인 카페 같은 곳으로 그렇게 가기에는 조금 미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항상 살던 동네에서는 자주 가던 단골 카페들은 거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이 하는 카페였다.


할인과 적립이 되고, 예쁜 잔이나 굿즈도 많은데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메뉴와 이벤트를 계속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두고, 굳이 내가 개인이 하는 작은 카페를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은 그 곳은 하나 밖에 없는 카페라서. 어느 지역의 어딜 가도 몇 블록 건너마다 있는 같은 간판의 같은 이름의 음료가 아닌, 그 장소 한 자리에만 있는 카페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의 단골이었던 카페들을 떠올리면 그때 거기 카페 이름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더라도 카페 내부 분위기와 맛있게 먹었던 와플, 케이크 같은 메뉴들은 또렷하게 생각난다. 그리고 그 카페만의 특색 있는 인테리어도 그곳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전에 내가 수원에서 맛있게 먹었던 스타벅스의 자바칩 프라푸치노는 지금 서울 어느 곳의 스타벅스 지점에 가도 마실 수 있다. 그래서 그때의 그 간절한 그리움이 덜한 게 아닐까. 물론, 편리하게 카페인 섭취가 가능하고 맘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프랜차이즈 카페만한 곳이 없지만 말이다.


(원고지 6.2장)

 

2017.1.15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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