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소개팅엔 삼쏘지

주눈꽃 2020. 11.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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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잘 하고 왔어?”
“응~ 뭐, 그럭저럭”
“왜, 별로야? 뭐했어?”
“그냥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헤어졌지, 뭘 뭐해~”

친구가 빵 터졌다. 한참 웃은 후에야 친구가 말했다.
“야, 너 답다~”

“나다운게 뭔데?”하며 식상한 청춘 드라마 대사를 질러주고는
같이 웃었다.
나 답다니?
어색함을 푸는 데는 술이 딱이지 않나?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 어색한 사이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는다는 게
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이 조용한 곳에서 메뉴판을 보며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정적.
난 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서버라도
어색해서 닭살이 돋을 것만 같다.

나의 소개팅 스타일은 항상 술이었다.
주말 저녁이든 평일 저녁이든 저녁에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다보면
어색함은 자연스레 풀리고 금방 친해진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아가고,
밑반찬이 나오고 화로가 들어오면서 손에 불도 쬐어보는 등
여러가지 어색함을 풀 수 있는 도구와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는
남자 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불호가 없이 좋아하는 메뉴이지 않나?
아, 물론 음주하지 않는 분들은 삼겹살만 좋아하겠지만.

첫 만남에서 고기를 구우며
잘 익은 고기를 상대의 앞접시에 놓아준다거나
먼저 먹으라고 챙겨주는 배려를 통해
여성스러움을 어필할 수도 있다.
남자가 굽는다면 고기를 잘 굽는 모양새로 보아
평소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은근하게 자상하고 가정적인 면모를 어필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이 고기를 전담하면
다른 한 사람은 상대의 소주잔이 비었는지 체크해가며
잔을 채워주는 걸 담당하면 된다.
그렇게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이도 물어보고, 하는 일도 물어보면서
취향을 알아가면 어느새 어색함도 눈 녹듯이 사라진다.

한국처럼 삼겹살집이 많은 곳에서 과연 소개팅에 가기 좋은 삼겹살집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혹시 ‘나도 소개팅에 스파게티는 이제 지겹고, 불편하고 어색해서 소개팅하기 싫었는데 삼겹살에 소주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할만한 곳 없을까?’하고 생각한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대부분 첫 만남에서는 잘 보이려고 예쁘게 먹는 음식 위주로 찾다보니 소개팅엔 스테이크나 스파게티를 먹는 경우가 많다. 소개팅에서 가장 기피하는 음식 메뉴들을 꼽자면, 햄버거, 짜장면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음식의 특징이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옷에 튈 수 있는 음식이고 두번째는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 음식, 세번째로는 이에 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니 삼겹살을 먹더라도 왠만하면 입을 크게 벌려 먹는 상추쌈은 참는 게 좋다. 김치같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도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소개팅 할때만큼은 김치는 참아야 한다.
미리 삼겹살 집을 알아두거나 가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평소 기름이 많이 튀는 불판이라면 피하는 게 좋다. 고기굽다가 기름이 튀거나 할때는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손이 데일 수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구멍이 뚫려 있거나 기름이 튀지 않는 기능이 있는 불판이 있는 곳이 좋다. 그리고, 이왕이면 음식이나 매장 자체가 깔끔한 곳을 고르면 된다. 나는 이제 그렇게 소개팅을 할 수도 없어서 그런지 스파게티가 더 별미이지만, 파스타가 지겨운 프로소개팅러들에게 별식으로 추천해본다.

 

2018.06.06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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