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싱싱한 맥주의 맛

주눈꽃 2020. 11. 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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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여행으로 과에서 여행을 갔을 때 우연치 않게 방문하게 된 맥주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있어서 단체로 맥주공장 견학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편하게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사 마시는 그 맥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투명 유리 창문을 통해 공장 내부를 보는 경험을 했다. 구경하는 중간 중간 벽면에는 맥주 회사의 CF 등의 변천사를 볼 수 있게 꾸며져 있어서 견학 내내 신기하고 또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맥주 회사의 역사를 다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까. 맥주 공장 견학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간은 바로 맥주 시음하는 시간! 견학하면서 시음할 수 있다고 해서 언제나 맛볼 수 있나 내내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지막 코스의 문이 열렸다.

맥주 공장의 견학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맥주를 시음할 수 있도록 간단한 안주과 공장에서 갓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실제 술집처럼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바형으로 되어 있는 공간도 있어서 술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낮이었지만 그 많은 여학생들이 당당히 낮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 바에 들어서는 순간, 회사 안에 이렇게 술집이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따라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것 마냥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에 입장하자마자 우릴 반겨주던 건 배우 장동건. 이 맥주 브랜드의 모델을 했었는지 실물 크기의 동상처럼 ‘동건 오빠’의 모습이 매우 어색하게 서 있었다. 바에서 술만 먹은 것처럼 야윈 듯한 ‘동건 오빠’를 순간 알아보지 못하고 바에서 일하는 직원인 걸로 착각하기도 했다..

자리에 착석하자 간단한 견과류와 스낵이 접시에 제공되었고 500cc 잔에 갓 만든 맥주가 한 잔씩 제공되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을 때 더 맛있는 것처럼 시중으로 유통되기 전에 맥주 공장에서 갓 만든 싱싱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 그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는 미주가가 있을까?(미‘식’가 대신에 미‘주’가라는 단어로 바꿔보았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는 맛있다고 느꼈다. 맥주 공장에서는 그 맥주가 딱 맛있는 온도에 맞게 유지했다가 시음할 때 제공된다고 한다. 사실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맥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 맥주가 맛있는 온도를 설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매번 맥주는 마시지만 그 맥주공장에서 주는 것만큼이나 맛있는 맥주를 먹기에는 참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온도 차이는 미묘해 맛도 그리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꽤 맥주를 먹어보았음에도 ‘맥주는 시원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온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낚싯배에서 직접 잡아 건져 올린 그 생선을 잡아서 회를 바로 떠서 먹는 장면을 본 적 있나?<6시 내고향>을 즐겨보는 아버지 덕분에 자주 봐왔는데, 순간 그 맥주공장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추억하며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맥주가 배 위에서 먹는 막 잡은 회처럼,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팔딱거렸던 걸까.

2018.06.09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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