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언제가 언제야?

주눈꽃 2020. 11. 2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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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 잔 해야지~”


인사치레로 하는 이 말이 예전엔 참 싫었다.
진짜로 같이 술 마실 게 아니라면
상대방에세 이런 마음에 없는 말을 안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정말 기대할 수도 있으니까.
기대하면 실망하고, 실망하면 그게 상처가 되니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할때면
“언제요?”라고 반문 하곤 했었다.
모두에게 다 그렇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물어보면 상대방이 정말로 나와 만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정말 진심으로 나와 시간을 보낼 사람이라면
구체적으로 언제쯤 시간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나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얘기해서
약속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거나
언제쯤 보자고 대략적이라도 약속을 했다.
그냥 하는 말이었다면 정말 당황하거나
대부분 “시간 될때~”아니면 “내가 봐서 연락할께~”라고 답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언제 만나서 술 한잔 하자”라고 하는 내가 되었다.
그런 말 듣는 걸 싫어하던 내가
숨쉬듯이 지인들의 SNS에 그런 말을 남겼다.
무심코 그런 말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상대방이 진짜 만나자고 연락하면 만날거야?’ 하고.
몇 명은 정말 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보고 싶은 사람과도 몇 번 만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자주 만나기 힘들어진 사람들과 연락이 닿게 되면
그립기도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거 물어보자고 시간내서 만나기가 어렵고 애매할 때가 많았다.
예전엔 정말 친하게 지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다 나누었던 사이였더라도
시간이 주는 공백은 컸다.
전화나 SNS로 소식과 근황을 이야기하고 나면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자주 보지 못한 시간 만큼 대화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소재가 떨어지면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짓고 인사한다.
“그래, 그럼 잘 지내고. 언제 만나서 한잔 하면서 얘기해”라고.

이렇게 남발하는 ‘언제’는 정말 대체 오긴 오는 걸까?
예전의 나처럼 둘 중 한 명이 적극적으로 만나자는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이 ‘언제’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길가다 우연히 만나더라도 다음에 만날 ‘언제’를
또 허공에 내지르며 스쳐지나가 버릴 것이다.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지금 생각나는 ‘언젠가 만나기로 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씩 골라 연락해보자.

“우리 언제 술 한잔 하기로 했잖아. 언제 만날래?”

 

2018.06.21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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