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그것이 알고싶다

주눈꽃 2020. 11. 2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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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한 잔 하면
꼭 2차를 노래방에 갔었다.
시원하게 내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의 남편과도 같이 종종 가곤 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한 1년 정도 노래방을 끊은 적이 있었다.
노래방에 갔을 때 싸운 건지 내가 화가 난 건지
노래방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데도
중간에 내가 뛰쳐나와 집에 가버린 기억이 있다.
(그 와중에도 노래방 시간이 남은 게 지금도 아까운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랬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땜에 내가 기분이 나빴던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그 날 이후로 노래방 가는 게 싫었다.
아니, 남편하고 둘이 가면 또 싸우거나 그때처럼 다툴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둘이서 가는 걸 의도적으로 피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과 같이 술을 마시고 놀고 재미있게 놀때마다
남편은 이때다 싶어서 “노래방 갈까?” 하고 넌지시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싫어!”하고 답했고.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방을 1년 동안 안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1년 정도 지났을 때 남편과 둘이 신나게 술을 마시고는
거나하게 취해서 노래방에 가면서부터 노래방 출입금지가 자연스레 풀렸다.
그날따라 동네 노래방 사장님이 서비스로 시간을 엄청 주길래
손님 없는 새벽이라고 손님 끌려고 그러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
우리를 단골 만드려고 그러시나 하고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알고보니 남편이 시간 추가 결제를 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간 노래방이라 그런지 원없이 놀게 해주고 싶었나보다.
그 날따라 열심히 들락거리더니 시간을 추가하러 간 거였다.
나한테는 사장님이 서비스 시간 많이 준다고 그러면서 모른체 하더니만.
둘이서 3시간을 목청 터져라 부르다가
내가 “나는 더이상 못 부르겠어~집에 갈래”하고 나오니
집에 가는 길에 오빠가 말했다.
“사실은 내가 시간 추가한거야.”
너무 들락거려서 다 알고 있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그렇게 어이없이 술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 금지령은 풀렸지만
여전히 둘다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의 사건은 뭐였을까.

아마도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서
정말 사소했던 걸로 삐지고 서운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내가 노래 부르고 있을 때
오빠가 ‘취소’ 눌렀다고 뛰쳐나가고 그런 건 아니겠지?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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