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술.
이 둘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지만
예로부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단다.
술 좋아하는 사람 중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
저녁시간 이후에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하려고 할 때
커피를 마시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부담되곤 한다.
그럴 때면 맥주 한 잔을 조용히 마시면서
책 읽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맥주 주문할 수 있는 바에 가더라도
대부분은 여럿이 모여 가는 술집이라 혼자가기가 왠지 민망하기 일쑤.
술집으로 가서 책을 읽기에는 음악이 시끄럽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집중력을 흔든다.
조명이 어두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책을 읽으면서 카페에서
맥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책과 맥주를 함께 할 수 있는 일명 ‘책맥’이 가능한 카페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서 큰 맘 먹고 길을 나서야 한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딱 한 곳이 있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다녀왔다.
홍대 근처에 있는 카페와 함께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카페였는데
매주 금요일 밤에 밤새도록 독서를 할 수 있는 심야책방으로 운영이 되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친한 지인들과 함께 방문했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 말고 두 테이블 정도.
대부분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음주가 가능한 카페이지만, 음주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간 일행은 밤새야 하니 늦은 밤에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나 : “맥주 혹시 있나요?”
직원 : “이거 딱 한 병 남아있는데, 드릴까요?”
나 : “아… 한 병 밖에 없나요? 일단 주세요!”
누가 맥주 주문할까봐 얼른 가방을 두고 온 자리로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지갑을 들고 와서 결제부터 했다.
기대하던 ‘책맥’을 드디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실 가기 전에 먼저 전화해서
맥주 파는 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간 거였는데
맥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편안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책을 들고 읽다가 한 손을 뻗어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이렇게 책과 함께 마시는 맥주는 안주가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안주와 함께 먹자니 책을 읽으면서 먹기에 번거롭고 방해만 된다.
밤새워 술 마시는 대신
독서를 하고 싶은 날.
책맥할 수 있는 카페를 찾기 힘들다면
오늘은 침대에 앉아서 책맥 한잔 하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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