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심야책방

주눈꽃 2020. 11. 2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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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술.

이 둘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지만

예로부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단다.

 

 

술 좋아하는 사람 중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

 

 

저녁시간 이후에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하려고 할 때

커피를 마시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부담되곤 한다.

 

그럴 때면 맥주 한 잔을 조용히 마시면서

책 읽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맥주 주문할 수 있는 바에 가더라도

대부분은 여럿이 모여 가는 술집이라 혼자가기가 왠지 민망하기 일쑤.

 

술집으로 가서 책을 읽기에는 음악이 시끄럽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집중력을 흔든다.

조명이 어두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책을 읽으면서 카페에서

맥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책과 맥주를 함께 할 수 있는 일명 ‘책맥’이 가능한 카페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서 큰 맘 먹고 길을 나서야 한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딱 한 곳이 있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다녀왔다.

홍대 근처에 있는 카페와 함께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카페였는데

매주 금요일 밤에 밤새도록 독서를 할 수 있는 심야책방으로 운영이 되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친한 지인들과 함께 방문했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 말고 두 테이블 정도.

대부분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음주가 가능한 카페이지만, 음주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간 일행은 밤새야 하니 늦은 밤에 커피를 주문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나 : “맥주 혹시 있나요?”

직원 : “이거 딱 한 병 남아있는데, 드릴까요?”

나 : “아… 한 병 밖에 없나요? 일단 주세요!”

 

 

누가 맥주 주문할까봐 얼른 가방을 두고 온 자리로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지갑을 들고 와서 결제부터 했다.

 

기대하던 ‘책맥’을 드디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실 가기 전에 먼저 전화해서

맥주 파는 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간 거였는데

맥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편안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책을 들고 읽다가 한 손을 뻗어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이렇게 책과 함께 마시는 맥주는 안주가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안주와 함께 먹자니 책을 읽으면서 먹기에 번거롭고 방해만 된다.

 

 

밤새워 술 마시는 대신

독서를 하고 싶은 날.

 

책맥할 수 있는 카페를 찾기 힘들다면

오늘은 침대에 앉아서 책맥 한잔 하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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