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음주에세이 <술못하는 애주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잉여로운 하루

주눈꽃 2020. 11. 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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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은 쉬어야 한다.

누군가를 만날 약속도 하기 싫고

그냥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백수처럼 하루를 보내고 싶은 그런 날.

 

머리를 상투처럼 쫙 쪼매서 묶고 후줄근한 츄리닝으로

집에서 밀린 드라마나 만화책을 보면서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그런 날이라도

왠지 술은 고고하게 마시고 싶다.

이런 날은 오히려 소주나 맥주보다는

와인을 마시는 게 좋다.

친구가 집에서 혼자 청승떨지 말고 나오라고 해도 나가기 싫을 만큼

맛있고, 간단한 안주와 함께라면

나의 휴일은 이로써 완벽해진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이런 휴일에는

항상 드라마를 찾아서 본다.

영화는 아무리 길어도 2시간에서 2시간 반이면 끝나버리고 만다.

하루 중 2시간 반은 너무도 짧다.

이미 종영한 드라마를 보면 14부작에서 20부작까지 다양하기도 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봐도 되니까 좋다.

 

이렇게 드라마를 보다보면

맥주는 배가 부르고 자주 화장실도 가야해서 드라마를 보는데 흐름이 끊기게 된다.

게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마시면 금방 탄산이 빠져버리고 맛없는 맥주가 되기 일쑤.

 

그에 반해 소주는 너무 빨리 취한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이미 곯아떨어질지도 모른다.

소주에는 간단히 마실만한 안주가 그리 많지 않다.

맥주라면 땅콩이라도 괜찮지만, 술을 잘 못한다면 소주에는

알코올 향을 잊을 수 있는 요리 같은 안주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은 날에는 소주를 마시기가 귀찮아진다.

 

긴 시간 탄산이 날아가 버릴 걱정도 없고

금방 취해 잠이 들거나 안주를 위해 가스레인지를 켤 필요도 없다.

와인을 추천하는 이유다.

 

안주도 간단하다. 집에 굴러다니는 과자와 함께 먹어도 좋고

냉장고에 치즈가 있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한 안주가 된다.

그냥 한 장 한 장 꺼내 벗겨 먹으면 간단하니까.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치즈 한 장을 들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세상 편한 자세로 드라마를 시청하면 된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와인을 침구에 흘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핵심!

 

와인을 마시면 가끔 머리가 어질하고 아파서

자주 마시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은 와인 잔을 들어 마실 때 코끝을 찌르는 향이 그리울 때가 있고

술을 마셔도 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술이라서 찾게 된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취향에 맞게 종류를 골라 마실 수 있어서 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와인이 있는 줄 몰랐는데

마트만 가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와인을 구경하러 다닌다.

난 이렇게 여전히 와인을 알아가는 중이다.

일주일 내내 바쁜 업무에 치이느라

정신없었던 내 지친 몸을 조금 쉬게 해주고 싶을 때,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뭐 어떠랴.

그냥 집에서 늘어지게 와인 한 잔 마셔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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