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살기로 했다

나는 작가로 살기로 했다.

주눈꽃 2020. 6. 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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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작가가 꿈이었나?

 

어릴 때 내가 처음 갖고 싶은 꿈을 생각해서 장래희망에 적어 냈을 때가 생각난다.

 

그 시절 <국화꽃 향기>, <가시고기> 등 눈물을 펑펑 쏟게 하는 소설을 감명깊게 있었다.

김하인 소설가처럼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다.

푹 빠져 보던 드라마가 있을 때는 드라마 PD나 드라마 작가를 꿈꿨다.

 

그 시절 밤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코너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좋아하는 가수 윤도현과 성시경이 나온 것도 좋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던 연인의 사연에 울고 웃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나?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오라던 초등학교 때 숙제는 지겨웠지만,

나중에 다 모아서 원고지를 한 뭉치씩 나눠주실 때서야 꾸준하게 썼던 기록이 눈으로 보였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기록이 쌓인 것을 보는 게 그저 뿌듯했던 시절이었다.

 

 

내가 쓴 글로 칭찬을 받았던 건 바로 중학교 때였다.

방학 숙제로 낸 시화를 보고 국어 선생님이 교무실로 불러 네가 직접 쓴거 맞냐고 물으셨다.

'내가 뭘 잘 못 했나? 내가 쓴 시랑 똑같은 시가 있어서 베낀 줄 아시는 건가? 망했다...'

나는 속으로 걱정했다.

 

"너무 잘 써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칭찬을 받은 그 선생님 덕분인지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던 나는 글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내 시화가 학교 내 전시에 세워질 만큼 칭찬을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이후 조금씩 크면서 진로를 정해야하는 고등학교 시절에

글을 쓰는 걸 직업으로 하면 굶어죽기 딱이라며 탐탁지 않아하는 부모님과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의 장녀라 이기적이지 못했다.

 

좀 돌아가야하겠다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마음 속에 늘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겠다 생각하고 살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방송작가가 되려고도 해 봤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난 이제 30대가 되었다.

그 동안 여러 직업들을 거쳐왔지만, 결국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여러 번 도전했지만, 자꾸 '이제 그만 해야 될까봐' 하면서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이제 다시 도전해 볼 마음이 생겨? 다시 도전 해볼래?' 하듯 나를 자극한다.

 

내가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까?

글로 돈을 벌어 먹고 산다는 '글먹작가'가 될 때까지는 죽기 전까지 반복할 건가?

자꾸만 고개를 쳐드는 내 꿈을 나는 외면하지 못하겠다.

나는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 틀림없었다.

계속 포기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작가로 살기로 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난 이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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