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여행에서 깨닫는 것들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첫번째 이야기

주눈꽃 2020. 11.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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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첫번째 이야기

 

2008년 내 나이 스물, 그리고 스물 하나가 되는 그 사이의 겨울방학.

겨우내 영하로 꽁꽁 얼어있던 놀이공원에서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실습으로 나가 땀흘려 일하고 받았던 실습비를 모두

학교에서 주관하는 2주 간의 어학연수비용으로 지불했다.

어학연수라고 하긴 했지만 너무 짧기도 했고, 한 학기를 다니거나 하는 교환학생의 개념도 아니었기에..

짧은 기간 동안 학교간 교류하며 문화체험과 여행일정이 포함된 행사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첫 해외는 필리핀 마닐라의 어느 한 학교에서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생애 첫 여권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필리핀을 시작으로 앞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자고 호기롭게 10년짜리 여권을 만들었었지.

 

 

 

 

이미 까마득한 필리핀에 대한 추억들이다.

당시엔 싸이월드로 모든 일상을 기록했었지만,

그 때 그 추억이 깃든 사진들을 묵히기 아까워 이렇게 내 블로그에 옮겨왔다.

지금이라도 기억나는 추억은 기록해 고스란히 여기에 쌓아두려 한다.

 

 

 

 

 

첫 비행기표를 받아들고 손이 떨렸는지 사진마저 흔들렸다.

나름 느낌있다며, 이렇게 갖고 있던 사진이었나보다.

 

 

 

 

 

처음 탔던 비행기는 지금 와서 생각하지만, 참 좋은 자리를 앉았다.

여전히 기차를 타는 비행기를 타든 이런 자리에서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고개를 내밀면 비행기 날개가 보이는 곳이었다.

아래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위로는 햇빛이 따사롭게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구름 위로 올라가 구름위를 나는 기분을 난생 처음 느껴보았던 순간이었다.

드라마나 TV를 통해 봤지만 직접 겪어 보는 풍경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신비로워보였다.

 

전공이 항공과이긴 했지만, 당시 비서가 꿈이었던 나에게

이 날만큼은 승무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동기와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버는 직업의 매력.

잠시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높은 곳은 무섭다.

거기에 움직이는 기내에서 일하는 것은 참으로 고된 일일 테니까.

 

 

 

 

 

생애 첫 기내식이다.

당시 이런 것들이 모두 처음이라 다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기내식도 신기했던 건지 기념으로 남겨 두고자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비프를 주문 했다는 것은 잊고 있었는데...

역시 모든 것은 기억에서 잊혀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왠만한 일상에서의 사진은

휴대폰이 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있다.

저장하는 사진보다 다시 열어 보는 사진이 더 적다.

사진을 열어 추억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은 씁쓸하다.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다이어리 쓰는 걸 좋아했다.

그 중 유독 조그마한 열쇠가 달린 일기장을 가장 좋아했었다.

비밀이 많았던 아이였나보다.

아무도 못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다시 읽어본 일기들은 매일 뜯겨져 나갔다.

나중에는 앞부분이 지저분해지면 더 쓰고 싶지 않았다.

 

스무살이 넘은 시절에는 저런 캐릭터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주로 사용했다.

글만 적어도 예뻐보이는 일러스트들이 가득했고, 사이즈도 휴대하기 적당해서 좋았다.

 

추억의 악몽다이어리.

내가 썼던 다이어리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다이어리다.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었다면 펼쳐보면서 다시 읽어볼 수 있었을 텐데, 찾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하며서 자주 이사다녔고, 과감히 일기와 다이어리를 버렸던 적이 있는데 그 박스에 들어있었을까?

과거의 나를 말리고 싶다.

 

다만, 비행기를 처음 타고 이동하는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비행기 안에서 기록했던 건 기억하고 있다.

무척이나 감격스럽고, 신기하다고 적었던 것 같다.

 

며칠 후엔 같은 다이어리에

한국에 돌아가면 먹고 싶은 음식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적었던 기억도 또렷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필리핀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받으러 나가는 길이다.

해외 땅을 밟은 순간의 첫 사진.

동기들이 앞에 있고, 난 나의 첫 여권을 함게 찍어두었다.

 

한국은 겨울이지만, 도착하니 여름이었다.

여름 옷을 안에 입고, 외투를 겉에 걸치면 벗기만 하면 됐을 텐데..

그땐 잘 몰라서 짐가방 찾자마자 덥다고 다들 옷 갈아입고 오고 그랬던 것 같다.

 

 

 

 

단체로 가는 어학연수 겸 여행이기 때문에 모든 일정은 거의 단체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관광버스로 숙소로 바로 이동했다.

몇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내리니, 전혀 다른 계절과 이국적인 창밖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기해 하면서 창 밖을 보며 정신없이 눈을 굴려가며 구경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버스 옆으로 지프니와 거리의 야자수들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호기심 가득했던 내 모습과 그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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