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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네번째 이야기

주눈꽃 2020. 11. 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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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네번째 이야기

 

 

 

 

 

평일에는 마닐라의 대학교에서 학교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학교 인근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학교 재학생들은 보통 다양한 동아리 활동같은 걸 하면서 시간을 다양한 경험에 투자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중고등학교때부터 이미 대학교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런 다양할 활동은 보통 초등학교때 많이 해야한다. 여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주말에는 학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관광을 하러 떠났다. 첫 주말엔 좀 멀리 이동했다. 지프니타고 가는데, 잠깐 쇼핑몰에 갔던 것 말고는 오랜 시간 타본 건 처음이라 기념사진으로 친구와 한 컷 찍어두었다. 여행 중 가장 좋아했던 날의 사진이다. 친구는 얼굴이 노출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블러처리 해두었다.

 

 

  

 

 

지프니 내려서 인증샷 찍고, 학교에서 같이 이동했던 분들과도 함께 단체 사진 찍었다. 같은 학교에서 왔지만 다들 과가 달라서 모르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나중에는 조금 친해졌던 것 같다. 지금은 뭐 연락을 따로 하고 있진 않지만, 학과장님이 함께 동행했던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우리 과가 제일 많았다. 지금 다시 보면 기억에 남는 얼굴은 몇 없지만, 그때 기분이나 그런건 왠지 생생하다.

 

 

 

 

 

이 날 다녀온다고 하는 곳은 따가이따이라는 화산섬. 

다행히 날씨는 참 화창했고, 이 기념사진 찍었던 뒤에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했다.

배를 타기전에 식당에서 점심 먹고 넘어갔었는데, 뷔페식으로 쫙 차려놓은 곳이었다.

나름 한국식으로 한다고 불고기랑 쌈채소 이런거 있었던 거 같은데 야외에 차려진 뷔페느낌이었다.

먹고 나서 섬으로 가기 때문에 화장실 들러야 했지만 그게 좀 불편했다. 공원 간이화장실 같은 그런 느낌이다.

 

너무 잘 입고 다녔던 싸구려 추리닝 바지를 입고 여행이라니. 예전부터 블랙을 참 좋아했고, 즐겨입었다. 저렇게 쨍한 파란 옷은 친구 옷. 저런 컬러의 옷은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친구 덕분에 파랑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그 이후로 파란색도 자주 사 입었다.

 

들고 있던 저 가방은 큰 여행용 가방 외엔 따로 일상에서 갖고 다닐 가방을 챙겨 오지도 않아서 급히 거기 쇼핑몰에서 구입했던 에나멜 백이다. 노트같은 것도 넣어야 하고 혹시나 짐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조금 큰 가방을 구입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빅백을 참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옛날부터 '혹시 몰라서' 챙기는 물건들이 많아서 보부상 스타일로 바리바리 잘 싸들고 다니는 편이었다. 오히려 가방이 저렇게 크면 짐을 맡기는 친구들이 많다는 게 함정이다.

 

 

 

 

 

배를 타기 전까지 이런 저런 사진도 찍었는데, 풍경과 아이들이 참 잘 어울려서 좋아하는 사진. 우리과 동기들이 저렇게 물 위에 지은 집도 들어가보고 그랬다. 매일 연락하는 무리들의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착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이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몇몇은 건너 건너 소식도 듣고 하다보니, 아이 엄마가 된 친구도 있다. 지금보니까 시간이 참 빠르다.

 

 

  

 

 

길쭉한 배를 타고 따가이따이화산섬으로 출발했다.

사진으로는 배가 작아보이는데 두줄씩 앉아서 5,6명 정도 탔던 것 같다. 배가 작고 좁은 편이나 뒤집어 질까 무섭기도 했는데 양 옆에 뒤집어지는 걸 막아주는 게 있어서 그럴 염려는 없었다. 물이 아주 가까이 있어서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즐거웠던 기억.

인원이 많아서 여러 배에 나눠서 탔었는데, 사진 찍어주고 난리도 아니었다.

 

 

 

 

  

 

  

 

 

친구가 DSLR로 찍어줬던 사진인데, 카메라가 좋아서 그런지 이쁜 사진이 많이 나왔다.

정석대로 포즈를 취하고 찍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찍는 게 정말 예쁘게 잘 나온다는 걸 이때 알았다.

이 배 위에서 찍었던 사진이 맘에 들어서 한 동안 사진 인화해서 다이어리에도 붙여놓고 오래 보고 소장했다.

선글라스도 현지에서 구입한 아주 저렴한 선글라스였는데 얼굴에 쓰는 것보다 머리에 얹는 게 더 잘 어울렸던 건...

쓰면 그냥 왕 파리 같았다.

 

 

 

 

  

 

 

따가이따이 화산은 먼지가 많은 곳이라서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렇게 손수건을 파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손수건을 따로 챙겨가지도 않았고, 1달러면 구입할 수 있었다. 기념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한테 하나씩 구입했었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는 손수건...

 

화산에 꼭대기에는 말을 타고 올라갔었는데, 난 말타는 걸 좋아해서 가장 기억에 남았고 재미있었다.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많아서, 좀 위험하기도 했지만, 말을 타고 달리는 순간은 그런 걸 다 잊어버릴 수 있었다. 산등성이를 달리는 그 기억과 풍경이 영화처럼 예쁘게 기억에 남아있다.

 

뒤에 같이 타서 안전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더 신나게 달리고 싶어서 '빨리빨리'가 뭐냐고 물어봐서 열심히 외쳤다. 승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들었던 순간이었다. 제주도에서 탔을 때도 행복했었는데...  하면서.

취미로 승마를 배우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가 일류 대학교처럼 남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는 아니다. 그래도 난 그 학교에 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많은 경험과 좋은 사람을 얻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학교의 이름이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은 아니더라도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은 있을지 몰라도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좋은 학교라도 좋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아쉽지 않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도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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