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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작가 16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이제 그만

술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일명 먹자골목에 꼭 하나씩 있는 그것, 바로 인형뽑기. 요즘은 인형뽑기 기계들만 따로 모아 둔 뽑기방이 따로 있을 정도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게 다였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인형뽑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인형뽑기 기계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20대 중반에 친한 회사 선후배들과 정말 또래 친구들처럼 모여 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자주 가던 술집 골목이 있었다. 하루는 닭발집에서 여자선배 한 명과 오빠 A,B와 함께 한 잔 하고 있었는데, 일행 중 오빠 A와 B가 화장실에 간다더니만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게 아닌가? 남자화장실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선배랑 같이 얘기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뒤, 나타난 A오빠가 손에 들고 있는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골뱅이를 통조림으로만 먹어봤다면? 주목해보자. 가끔 술집에 가면 시켜먹는 안주로 가장 자주 먹는 골뱅이 요리는 아마 골뱅이 소면일거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소스에 통조림 골뱅이와 갖은 야채를 무쳐서 담아낸 뒤 옆에 삶아둔 소면을 또아리 들어 깨 솔솔 뿌려나오는 바로 그 메뉴. 소면이 떡되기 전에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저어가며 양념과 비벼서 먹으면 안주와 식사가 함께 해결되는 고마운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이 골뱅이 소면이 골뱅이가 적어 비빔국수를 시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키도 한다. 그래서 그냥 골뱅이만 파는 골뱅이찜이나 생골뱅이라고 해도 바로 찌거나 삶아서 파는 메뉴를 먹어보기도 했다. 골뱅이와 함께 찐 콩나물이 담긴 냄비가 통째로 나와서 함께 양념장에 콕 찍어 먹는 방..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 일기도 잘 안 쓰는데 무슨 글을 써?

어린시절 자칭 다독가였다.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한 시골 마을에서 나도 유년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친했던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상회(슈퍼도 아니고)가 달랑 하나있는 시골이었다. 요즘은 동네마다 있는 그 흔한 놀이터도 없는 곳에서 친구네 집 뒷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집에 가기를 미루던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집에 가면 심심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항상 낚시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아버지 덕분에 방학 때마다 집에 있던 60권짜리 위인전집을 다 읽고도 학교에 비치된 책과 친구 집에 있는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빌려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원고지에 매번 독후감 써서 모아두는 걸 나중에 한 뭉치가 되었을 때 뿌듯함을 느꼈고, 독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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