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음주에세이 24

음주에세이 <술못하는애주가> 악쓰는 계란말이

악쓰는 계란말이 나: 뭐라고? 아 쫌 크게 말해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가는 술집은 절대 시끄러워서는 안 된다. 경험상 무조건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가기를 추천한다. 쓸데없이 논리적인 이유를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근황 토크가 어렵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면 시끄러운 술집이든 음악이 쿵쾅거리며 춤을 추는 곳이든 어딜 가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둘째, 안주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가 아프게 웅성거릴 때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있는지 맛이 없는지 잘 모른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정..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건배를 피하고 싶었어.

건배를 피하고 싶었어. 회식은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라고들 말한다. 상사와 선배들과 함께 식사와 술 한 잔을 곁들이며 업무의 고단함을 푸는 시간이고, 직원간의 업무 단합을 위해 친목을 다지는 자리가 된다. 대부분은 법인카드로 결제를 하는 공짜 술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이다. 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돈 굳었다며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직장 다니며 회식하는 날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긋한 상사분과 함께 하는 회식에서는 꼭 중간에 바람잡이를 하는 A같은 분이 한 분 계신다. A : 자자, 주목~! 오늘도 다들 근무하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올 상반기 마무리 잘 했고, 남은 하반기에도 좋은 성과 있길 바라면서~ 이쯤에서..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언니 좀 노셨나봐요?

언니 좀 노셨나봐요? 첫 회사의 신입 시절. 팀끼리 소박하게 회식을 하고 주임님 차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숙사에 살진 않았지만 그날 많이 취해서 데려다주려고 H선배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이미 그녀는 늘어진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느 동네인지는 들었지만 그 동네 아파트가 어딘지 몰랐던 우리. 먼저 내려주고 가야해서 급한 마음에 정신 못 차리는 H선배를 붙잡고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나 : 선배님, 집이 어디에요? 어디 아파트에요? H선배 : ... 나 : 선배님~ 일어나봐요~ H선배 : ... 그렇게 대답 없는 그녀를 붙잡고 실랑이를 하다 마침 그녀의 휴대폰의 존재를 깨달았다. 숙녀의 가방을 뒤지는 것은 실례지만, 일단 집에는 보내야겠기에 옷이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

[술 못하는 애주가] #1. 말짱 도루묵

말짱 도루묵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뜨끈한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들고 호호 불어먹던 오뎅(‘어묵’이라고 해야 맞지만 ‘오뎅’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니까)을 파는 포장마차. 학생들에게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오뎅 한 두 개와 떡볶이를 곁들여 먹는 추억의 간식일 텐데 애주가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뜨거운 오뎅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몸을 데워주면 크~ 하며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좋은 안주가 된다. 특히 오뎅 국물에 게, 무, 고추 등을 넣어 해물 특유의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나게 하는 곳을 만나면 소주 생각에 몸서리를 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정말 진지하게 ‘가방에 팩소주라도 갖고 다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포장마차 같은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