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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에세이 24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이제 그만

술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일명 먹자골목에 꼭 하나씩 있는 그것, 바로 인형뽑기. 요즘은 인형뽑기 기계들만 따로 모아 둔 뽑기방이 따로 있을 정도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게 다였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인형뽑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인형뽑기 기계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20대 중반에 친한 회사 선후배들과 정말 또래 친구들처럼 모여 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자주 가던 술집 골목이 있었다. 하루는 닭발집에서 여자선배 한 명과 오빠 A,B와 함께 한 잔 하고 있었는데, 일행 중 오빠 A와 B가 화장실에 간다더니만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게 아닌가? 남자화장실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선배랑 같이 얘기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뒤, 나타난 A오빠가 손에 들고 있는 ..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고치려고도 해봤어.

고치려고도 해봤어. 술 마시고 일어난 사건사고를 이야기 하다보면, 처음에는 막 웃다가도 이야기의 끝는 결국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A :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이제 술 먹지 마~ 나 : 그건 안 되는 거 알잖아…. A : 그럼 술버릇을 고치던지! 그래, 고치려고도 해봤지. 안 해봤을까? 다음 날 일어나면 후회할 걸 아는데도 같이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리고 싶겠냔 말이다. 술 마시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물이 새는 호스를 막으려 새는 부분을 잡아도 잡은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오기 마련이니까. 이미 취한 술을 어찌하리오. 술 취해서 하는 그 술버릇을 안 하려고 하면 다른 데서 또 다른 술버릇이 나올 때도 있다. 친구 B는 취하면 전화를 여기저기 하곤했었다. 우리가 함..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술 덜 먹기 스킬 대방출! 연말연시에 회식이 잦은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술 먹는 게 참 고역이다. 연말이면 팀별 회식, 직급별 회식, 지역별 회식, 부서별 회식 등등 참 다양한 핑계들도 모여든 회식 일정들. 어느새 사무실의 탁상달력이 빼곡해진다. 심지어는 같은 날 여러 군데의 회식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을 하기도 한다. 다음 날 피로할 내 간을 위해서 오늘은 좀 술을 덜 먹고 싶다! 하는 날이 있을 때 활용하기 좋은 ‘술 덜 먹기 스킬’을 대방출 하려고 한다. 자리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권하기 좋아하고 분위기 만드는 바람잡이 역할을 도맡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최대한 멀리 앉거나 같은 라인에 앉아라. 그런 분 맞은 편에 앉는다면 눈에 뜨기 십상이다.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바로 옆옆자리나 살짝 옆사..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지금은 피맥시대

지금은 피맥시대 삼겹살엔 소주, 치킨엔 맥주라지만 ‘피자에 맥주’도 참 잘 어울린다. 아쉽게도 여전히 대부분의 피자전문점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나의 오랜 술친구였던 H선배는 피자에 소주를 곁들이면 맛있다고 알려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피자는 콜라에 먹는 음식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녀의 발언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한 번 그렇게 먹어본 이후로 나는 피자를 집으로 배달시켜서 소주와 마시며 일명 ‘피쏘’를 즐기곤 했다.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의 피자치즈와 쓰디쓴 소주의 조화는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제는 수제맥주집이나 호프집에서 피자를 안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상상하지 못한다면, 직접 경험에 보길. 하지만 지금은 ‘피쏘’가 아니라, ‘피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백골뱅이의 녹진한 맛 골뱅이를 통조림으로만 먹어봤다면? 주목해보자. 가끔 술집에 가면 시켜먹는 안주로 가장 자주 먹는 골뱅이 요리는 아마 골뱅이 소면일거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소스에 통조림 골뱅이와 갖은 야채를 무쳐서 담아낸 뒤 옆에 삶아둔 소면을 또아리 들어 깨 솔솔 뿌려나오는 바로 그 메뉴. 소면이 떡되기 전에 젓가락으로 휘적휘적 저어가며 양념과 비벼서 먹으면 안주와 식사가 함께 해결되는 고마운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이 골뱅이 소면이 골뱅이가 적어 비빔국수를 시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키도 한다. 그래서 그냥 골뱅이만 파는 골뱅이찜이나 생골뱅이라고 해도 바로 찌거나 삶아서 파는 메뉴를 먹어보기도 했다. 골뱅이와 함께 찐 콩나물이 담긴 냄비가 통째로 나와서 함께 양념장에 콕 찍어 먹는 방..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분위기 잡기가 이렇게나 힘든 겁니다.

분위기 잡기가 이렇게나 힘든 겁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선선한 날씨는 여행가기 딱 좋다. 그맘 때쯤 나도 친구와 휴가를 맞춰 부산여행을 가게 되었다. 부산은 난생 처음이라 설레었다. 친구와 카페에서 부산 여행 책자를 보면서 동선도 짜보면서 참 열심히 여행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다니지는 못했지만. 소박하지만 깔끔해보이는 호텔도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체크인 했을 때 방이 좀 작기는 했지만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침대 옆에 큰 창이 있었는데 바다가 보이진 않았지만, 야경이 예뻤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온 주택들이 모여 예쁜 야경을 이루는 동네였다. 낮에는 내내 돌아다니며 지쳐서 들어와서는 씻고 창밖의 그 야경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그 큰 창은 살짝 바깥쪽으로 튀어나와있어서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간판낭독회

간판낭독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처음 술을 마시고 취한 어느 날을 되돌아 보라. 이왕이면 많이 취해서 실수한 날 중에 가장 처음이라고 생각되는 그 날이라면 좋겠다. 그때 당신의 술버릇은 무엇이었나? 나도 내가 취해서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예상치 못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물론, 정확하지는 않다. 취해 있었으므로. 여러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 분위기에 잘 취하는 경향이 있어 한껏 흥이 올라 있었다. 스무 살 쯤 중학교때 친구들과 동창회 비스무리하게 모인 적이 있었다. 헤어진지 얼마 되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땐 왜 그렇게 어른들의 동창회처럼 하고 싶었는지, 주최하는 친구가 있어 그 핑계로 슬며시 참석했다. 한창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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