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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29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간판낭독회

간판낭독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처음 술을 마시고 취한 어느 날을 되돌아 보라. 이왕이면 많이 취해서 실수한 날 중에 가장 처음이라고 생각되는 그 날이라면 좋겠다. 그때 당신의 술버릇은 무엇이었나? 나도 내가 취해서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예상치 못한 일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물론, 정확하지는 않다. 취해 있었으므로. 여러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 분위기에 잘 취하는 경향이 있어 한껏 흥이 올라 있었다. 스무 살 쯤 중학교때 친구들과 동창회 비스무리하게 모인 적이 있었다. 헤어진지 얼마 되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땐 왜 그렇게 어른들의 동창회처럼 하고 싶었는지, 주최하는 친구가 있어 그 핑계로 슬며시 참석했다. 한창 잘..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언니 좀 노셨나봐요?

언니 좀 노셨나봐요? 첫 회사의 신입 시절. 팀끼리 소박하게 회식을 하고 주임님 차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기숙사에 살진 않았지만 그날 많이 취해서 데려다주려고 H선배도 함께 타고 있었는데 이미 그녀는 늘어진 파김치처럼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느 동네인지는 들었지만 그 동네 아파트가 어딘지 몰랐던 우리. 먼저 내려주고 가야해서 급한 마음에 정신 못 차리는 H선배를 붙잡고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나 : 선배님, 집이 어디에요? 어디 아파트에요? H선배 : ... 나 : 선배님~ 일어나봐요~ H선배 : ... 그렇게 대답 없는 그녀를 붙잡고 실랑이를 하다 마침 그녀의 휴대폰의 존재를 깨달았다. 숙녀의 가방을 뒤지는 것은 실례지만, 일단 집에는 보내야겠기에 옷이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9. 아침형 인간 되기 연습

아침형 인간 되기 연습 지난주에 7시 30분에 기상하기를 목표로 세웠다. 어릴 때부터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 하던 나였다.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는 이유가 없을 때는 항상 12시까지 자곤 했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나오고 관련 책이 유행하던 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야밤형(?) 인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2시 혹은 4시에 잠드는 나에게는 9시에 일어나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그런데 7시 반에 일어나기는 나에겐 새벽에 일어나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누가 나에게 강제하지 않고도 내 스스로 목표를 잡고 7시 30분에 기상하기에 성공했다. 물론 힘들고 피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 게 아..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8.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재미있는 인생 연구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 문장은 어느 책 제목에도 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곧 내 인생의 모토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랑하는 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물을 꾹 참고, 농담으로 우는 이를 피식 웃게 만들 것이다. 이럴 거면 난 개그우먼을 했었어야 했나? 어쨌든, 위트있는 멘트를 날리면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라며 볼멘소리를 하거나 ‘엄마답네’라고 헛웃음 짓는 내 자식들의 모습을 흐뭇하며 바라보며 눈감고 싶다. 죽기 전까지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그 중에 내가 생각한 몇 가지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7. 긍정적인 생각으로 설레임을 지켜주세요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설레이나요? 아니면 두렵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잠깐의 설레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죠. 우리는 그 두려움이 내게 오래 머물지 않도록 견제해야 합니다. 두려움이 더 오래 남게 되면 끝내 실패하거나 행동에 옮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죠. 설레임에 부푼 내게 주변에서 '실패할지도 몰라', '이런걸 왜해?' 라는 핀잔을 들으면 어떤가요? 그런 말을 듣고도 기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자기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과 행동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긍정적인 생각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가 악의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라고 시작하..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6. 입력봉사의 시작

입력봉사의 시작. 입력봉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도서 및 점자책을 제작하기 위한 종이로 된 책을 보고 한글 프로그램에 직접 타이핑하여 입력하는 봉사활동이다. 보통 점자도서관이나 시각장애인 복지관 등의 시설에서 자원봉사자를 교육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나는 얼마 전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교육 후, 연습하는 시간을 거쳤다. 점자책이나 전자도서를 위한 봉사는 크게 입력봉사와 낭독봉사 2가지가 있다. 입력봉사는 다시 시설에 내방하여 입력실에서 직접 입력하는 방식과 집에서 책을 하나 정해서 입력하는 재택입력봉사 방식 2가지로 나뉜다. 복지관이나 도서관마다 다르지만 교정/교열이나 점자책 편집 및 제작관련 봉사를 하는 곳도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건 시간 사용이 자유로운 재택입력봉사였고, ..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5. 필리핀의 첫 인상

필리핀의 첫 인상 스물한 살이 막 되었을 한 겨울,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 처음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기숙사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니고 있었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 외에 학기 중에는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일반적으로는 여행을 꿈꿀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몇 명을 뽑아 자매 결연을 맺은 학교로 어학 연수 겸 다녀올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스무 살, 그해 가을학기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에버랜드로 실습을 나갔다. 한겨울에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추운 날씨에도 에버랜드에서 실습하고 나서 받은 실습비를 몽땅 털어 필리핀으로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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