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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일상에세이 20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0. 헤어짐을 먼저 보는 습관

누군가와 헤어지는 게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어릴 때 시골집에서 자란 나는 많은 동물들과의 이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마당에서 키우는 바둑이, 진돌이, 버꾸, 해리, 메리, 복실이 그 많은 이름들을 다 울면서 보내야했어요. 주말이나 방학 때, 자다가 개장수 아저씨의 트럭이 천천히 지나가면서 확성기나 테이프로 틀어두던 “개~삽니다~개~사” 란 소리가 그렇게도 듣기 싫었습니다. 매번 개장수 아저씨에게 목줄이 잡혀 끌려가 트럭에 오르는 그 모습들이 아직도 저와 내 남동생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시골 분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충격 받을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셨겠지요. 여러 번 그 광경을 보면서 엉엉 울기도 했어요. 지금은 눈물 하나 글썽이지 않고 이렇게 담담히 말할..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9. 헌혈의 첫 경험

헌혈의 첫 경험 헌혈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혈액원에서 큰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고, 학교 강당에서 헌혈을 한다고 줄서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이미 검사를 끝낸 친구들은 하나 둘 강당 바닥 여기저기에 누워 피를 뽑고 있었다. 당시 나에겐 그 광경이 상당히 괴기스러워보였는데, 마치 피난민들이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이랄까. 사실 나는 피를 뽑는 걸 무서워한다. 어릴 때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토피 때문에 팔 쪽에 핏줄이 잘 안보여서 주사바늘 꽂는데 실패한 적이 많았다. 더 아픈 손등에 주사바늘이 무섭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다행스럽게도 헌혈을 하기 전에 감기에 걸리거나 아픈 친구들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무서워서 망설이던 내 손끝에 어느새 작은 침이 찔렀다. 선생님이 내 손을 잡자마자..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8. 우리 가족의 첫 캠핑

우리 가족의 첫 캠핑 “애들아 빨리빨리 준비해~ 양말 꼴등으로 신은 사람 놓고 간다~” 눈뜨자마자 아침부터 전쟁이었다. 전날 텐트랑 침낭은 차에 실어뒀는데, 아이스박스에 먹을 재료들 좀 담고, 첫째와 둘째를 씻기고 옷 입히고, 나갈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2시간은 훌쩍 지난 것 같다. 우리 오늘 안에... 캠핑 갈 수 있겠지? 차에 모두 싣고(?) 출발하자마자 쫑알거리던 애들은 금세 잠이 들었고,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만 얼른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차에 탔다. 따끈한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경기도 인근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도착하면 더 바쁜 게 캠핑이 아닌가? 차를 주차하고 짐을 다 옮긴 후, 적당한 자리에 오빠가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애들에게는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라고 말하고는 오빠가 텐트 치는..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7.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 수학여행을 갔다가 목포항으로 가는 배를 탔다. 내가 탄 배는 객실이 3층까지 있던 큰 배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도 함께 타고, 일반인들도 모두 탈 수 있을 만큼 큰 배였다. 오후 6시쯤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밤새 배에서 자고 일어나면 부모님이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 배 안에서는 따로 좌석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넓은 방 같은 곳으로 아무데나 엉덩이 닿는 곳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객실로 들어오는 출입구에서부터 쭉 복도처럼 이어진 곳으로는 이미 친구들이 벗어둔 신발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창문이 작게 나 있는 벽 쪽으로는 친구들과 나의 짐으로 가득한 가방들이 쌓여있고, 중간 중간 그 가방을 베고 누운 아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6. 나는 혼술이 좋다

나는 혼술이 좋다. ‘나는 혼술이 좋다.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직업인 나로선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이 고독이 너무나도 좋다. -드라마 《혼술남녀 》중.‘ 요즘 혼자 밥 먹는 시대를 넘어서서 이제 혼자 술 먹는 시대가 왔다.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줄여서 '혼술'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이미 혼술을 즐겨왔다. 내가 처음 혼술을 할 때까지만 해도 여자 혼자 술 마시면 ‘사연 있어 보인다’, ‘팔자가 처량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직장인 시절 선배나 동료가 ‘퇴근하고 집에서 뭐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술 한 잔 하려고요“라고 답했고,그러면 보통 ”누구랑요?“ 라고 물어본다. ”그냥 혼자요“ 라고 대답하면, 다들 약속이나 한..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5. 독서실 총무의 일상

독서실 총무의 일상 아침 7시30분,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더듬거려 휴대폰 알람을 끈다. 7시 40분, 또 울린다.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펴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좀비처럼 터덜터덜 욕실로 걸어간다. 샤워기의 물을 틀고 더운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다. 토너를 화장 솜에 톡톡톡 묻혀 얼굴을 슥슥 닦는다. 쿠션 팩트와 립만 바르면 화장 끝. 붙박이장 스르륵 열어 옷을 꺼내 입고, 거실로 나와 가방을 챙긴다. 밤새 머리맡에 충전해 둔 휴대용 외장충전기와 충전기, 아이패드를 챙긴다. 바인더와 필통, 휴대용 와이파이, 지갑까지 모두 가방에 넣은 후에야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보통 8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독서실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큰..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4. 첫 출근의 기억

첫 출근의 기억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첫 직장의 기억이 있다.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좋은 기억처럼 남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 학기가 맞이한 교실에 들어선 것처럼 낯설었던 분위기. 애써 비빌 곳을 찾아 방황하던 눈동자.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겪어야했던 어색하고 불편한 침묵의 시간들이 있었다. 내 첫 회사는 보안·경비회사였다. 그저 방학 때 집에서 놀면 뭐하나 하는 생각에 지원했던 기숙사 있는 회사.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직원이 6천명이나 있는데 이상한데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는 21살이 아닌가. 첫 회사의 첫 면접을 그렇게 합격해놓고, 신입입문교육을 다녀왔다. 100명이 ..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3. 엎는 날

엎는 날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내내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을 보낸 날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와서 밀린 빨래를 돌리면서 세탁기 위에 올려두었던 세제통을 보게 되었다. 코엑스에서 사온 다우니 통이 대용량이라 평소에 사용하기 편하도록 작은 소분용 통에 나눠 담아두는데, 거의 비어 있길래 새로 담았다. 큰 통을 들어 작은 통에 부은 후, 옆에 놓아두려는 찰나에 들고 있던 큰 통이 금방 담아둔 소분용 통을 툭 쳐 버린 것이다. 둘 다 뚜껑이 닫혀있지 않은 상태여서 금방 애써 담은 내용물이 왈칵 엎질러졌다. 입구가 넓은 통이었는데 새로 담자마자 빈 통이 되어 버렸다. 엎질러진 섬유유연제는 세탁기 위에서부터 세탁기 바로 옆에 있던 창틀까지 점령하고 그 사이의 벽을 타고 내려와 세탁실 바닥까지 다우니 범벅..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2. 카공족이 카공족을 창피해 할 때

수요일, 원래는 몇 개월 동안 독서실 총무로 일 해왔던 시간이다. 새로 구한 총무가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수요일을 금요일로 바꾸어 근무하게 되었다. 2월부터 일,월,수,목 이렇게 4일 일 해왔는데 앞으로 그만 둘 때까지는 일,월,목,금 이렇게 요일을 바꿔 일하게 되었다. 매일 독서실에 앉아서 일하며 공부하던 시간에 집에 있으니 매우 기분이 색달랐다. 마치 벌써 금요일이 된 것 같았다. 오랜만에 단골커피인 송커피에 가서 카페 공부를 했다. 점심시간에 방문해서 손님이 많아 시끄러웠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본 게 생각났다. 한 카페에서 그룹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게 좀 시끄러웠나보다. '아,엄청..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 일기도 잘 안 쓰는데 무슨 글을 써?

어린시절 자칭 다독가였다.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한 시골 마을에서 나도 유년시절을 보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친했던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상회(슈퍼도 아니고)가 달랑 하나있는 시골이었다. 요즘은 동네마다 있는 그 흔한 놀이터도 없는 곳에서 친구네 집 뒷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집에 가기를 미루던 기억도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집에 가면 심심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항상 낚시프로그램을 즐겨보던 아버지 덕분에 방학 때마다 집에 있던 60권짜리 위인전집을 다 읽고도 학교에 비치된 책과 친구 집에 있는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빌려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원고지에 매번 독후감 써서 모아두는 걸 나중에 한 뭉치가 되었을 때 뿌듯함을 느꼈고, 독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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