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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21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5. 필리핀의 첫 인상

필리핀의 첫 인상 스물한 살이 막 되었을 한 겨울,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 처음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기숙사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니고 있었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 외에 학기 중에는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일반적으로는 여행을 꿈꿀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몇 명을 뽑아 자매 결연을 맺은 학교로 어학 연수 겸 다녀올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스무 살, 그해 가을학기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에버랜드로 실습을 나갔다. 한겨울에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추운 날씨에도 에버랜드에서 실습하고 나서 받은 실습비를 몽땅 털어 필리핀으로 2주..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4. 지금 현재 가장 가지고 싶은 것

지금 현재 가장 가지고 싶은 것? 한 번 보면 잘 잊지 않는 기억력. 공부를 하다 보니 들으면 까먹고, 공부해도 금방 외워지지 않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외워도 돌아서면 까먹는다는 말이 실감하는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는 참 외워야 할 것들이 많다. 나는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노력형으로 인정받아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금세 이해하고 하는 것은 어려웠다. 시간을 쏟아야했다. 그리고 난 그렇게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게 뿌듯하고 좋았다. 내가 하니까, 되네.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받아쓰기 100점을 맞아도 그렇게 좋아했다. 부모님은 당연하게 생각해서 서운하기도 했다. 당연히 받아쓰기는 100점 받아야지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내가 노력했다. 잘하고 싶었기 ..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3. 내가 개인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개인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사실 나는 커피를 잘 모른다. 지금 이렇게 핸드드립을 찾아 마신 건 지금 이 카페를 다니면서부터였다. 중학교 때, 그저 학원에서 시험기간에 공부할 때 친구들과 뽑아마시던 자판기 커피의 뜨끈한 온기가 좋았다. 적당히 텁텁하고 달큰한 그 맛에 혓바닥이 노곤노곤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어른이 된 기분도 들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점심시간에 다들 들고 다니는 일회용 커피 컵이 멋져 보였다. 나중에 점심시간이 보장되면서는 ‘살려고 마신다.’는 말에 공감할 정도로 직장인의 아침은 매일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피곤하던 피곤하지 않던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아 마시는 부류에 속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면 정신도 번쩍 드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커피를 찾곤 했으니까..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12. 내가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유

내가 경제 공부를 하려는 이유 요즘 돈이나 경제에 관련해서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기초지식이 없어서 경제는 재미없고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쉽게 설명해주는 EBS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기본 소양을 쌓아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쉽게 설명해준다고 해주는데도 사실 내 수준에는 어렵다. 그래도 자꾸 들으면 알아듣겠거니 하고 듣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직장에서 경영재무 관련 업무의 경력이 있다. 경제와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회사 경영에 관련된 업무라 돈을 만질일이 많았다. 관심만 있었다면 충분히 회계 쪽으로도 자기계발dl 가능했다. 회계사 자격증도 욕심내 보았지만, 학원 다니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학원 몇 달 다니고는 시험조차 등록하지 않고 포기했다. 내 ..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9. 헌혈의 첫 경험

헌혈의 첫 경험 헌혈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혈액원에서 큰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고, 학교 강당에서 헌혈을 한다고 줄서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이미 검사를 끝낸 친구들은 하나 둘 강당 바닥 여기저기에 누워 피를 뽑고 있었다. 당시 나에겐 그 광경이 상당히 괴기스러워보였는데, 마치 피난민들이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이랄까. 사실 나는 피를 뽑는 걸 무서워한다. 어릴 때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토피 때문에 팔 쪽에 핏줄이 잘 안보여서 주사바늘 꽂는데 실패한 적이 많았다. 더 아픈 손등에 주사바늘이 무섭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다행스럽게도 헌혈을 하기 전에 감기에 걸리거나 아픈 친구들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무서워서 망설이던 내 손끝에 어느새 작은 침이 찔렀다. 선생님이 내 손을 잡자마자..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8. 우리 가족의 첫 캠핑

우리 가족의 첫 캠핑 “애들아 빨리빨리 준비해~ 양말 꼴등으로 신은 사람 놓고 간다~” 눈뜨자마자 아침부터 전쟁이었다. 전날 텐트랑 침낭은 차에 실어뒀는데, 아이스박스에 먹을 재료들 좀 담고, 첫째와 둘째를 씻기고 옷 입히고, 나갈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2시간은 훌쩍 지난 것 같다. 우리 오늘 안에... 캠핑 갈 수 있겠지? 차에 모두 싣고(?) 출발하자마자 쫑알거리던 애들은 금세 잠이 들었고,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만 얼른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차에 탔다. 따끈한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경기도 인근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도착하면 더 바쁜 게 캠핑이 아닌가? 차를 주차하고 짐을 다 옮긴 후, 적당한 자리에 오빠가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애들에게는 “너무 멀리 가면 안 돼~” 라고 말하고는 오빠가 텐트 치는..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7.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 수학여행 제주도 수학여행을 갔다가 목포항으로 가는 배를 탔다. 내가 탄 배는 객실이 3층까지 있던 큰 배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도 함께 타고, 일반인들도 모두 탈 수 있을 만큼 큰 배였다. 오후 6시쯤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밤새 배에서 자고 일어나면 부모님이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 배 안에서는 따로 좌석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넓은 방 같은 곳으로 아무데나 엉덩이 닿는 곳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객실로 들어오는 출입구에서부터 쭉 복도처럼 이어진 곳으로는 이미 친구들이 벗어둔 신발들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창문이 작게 나 있는 벽 쪽으로는 친구들과 나의 짐으로 가득한 가방들이 쌓여있고, 중간 중간 그 가방을 베고 누운 아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6. 나는 혼술이 좋다

나는 혼술이 좋다. ‘나는 혼술이 좋다.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직업인 나로선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이 고독이 너무나도 좋다. -드라마 《혼술남녀 》중.‘ 요즘 혼자 밥 먹는 시대를 넘어서서 이제 혼자 술 먹는 시대가 왔다.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줄여서 '혼술'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이미 혼술을 즐겨왔다. 내가 처음 혼술을 할 때까지만 해도 여자 혼자 술 마시면 ‘사연 있어 보인다’, ‘팔자가 처량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직장인 시절 선배나 동료가 ‘퇴근하고 집에서 뭐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술 한 잔 하려고요“라고 답했고,그러면 보통 ”누구랑요?“ 라고 물어본다. ”그냥 혼자요“ 라고 대답하면, 다들 약속이나 한..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5. 독서실 총무의 일상

독서실 총무의 일상 아침 7시30분,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더듬거려 휴대폰 알람을 끈다. 7시 40분, 또 울린다. 이불 속에서 기지개를 펴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좀비처럼 터덜터덜 욕실로 걸어간다. 샤워기의 물을 틀고 더운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다. 토너를 화장 솜에 톡톡톡 묻혀 얼굴을 슥슥 닦는다. 쿠션 팩트와 립만 바르면 화장 끝. 붙박이장 스르륵 열어 옷을 꺼내 입고, 거실로 나와 가방을 챙긴다. 밤새 머리맡에 충전해 둔 휴대용 외장충전기와 충전기, 아이패드를 챙긴다. 바인더와 필통, 휴대용 와이파이, 지갑까지 모두 가방에 넣은 후에야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보통 8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독서실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큰..

[나를 찾는 글쓰기] 에세이 #4. 첫 출근의 기억

첫 출근의 기억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첫 직장의 기억이 있다.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좋은 기억처럼 남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 학기가 맞이한 교실에 들어선 것처럼 낯설었던 분위기. 애써 비빌 곳을 찾아 방황하던 눈동자.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겪어야했던 어색하고 불편한 침묵의 시간들이 있었다. 내 첫 회사는 보안·경비회사였다. 그저 방학 때 집에서 놀면 뭐하나 하는 생각에 지원했던 기숙사 있는 회사.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직원이 6천명이나 있는데 이상한데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겁도 없는 21살이 아닌가. 첫 회사의 첫 면접을 그렇게 합격해놓고, 신입입문교육을 다녀왔다. 100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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