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모든 순간이 에세이가 된다면 73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소개팅엔 삼쏘지

“소개팅 잘 하고 왔어?” “응~ 뭐, 그럭저럭” “왜, 별로야? 뭐했어?” “그냥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헤어졌지, 뭘 뭐해~” 친구가 빵 터졌다. 한참 웃은 후에야 친구가 말했다. “야, 너 답다~” “나다운게 뭔데?”하며 식상한 청춘 드라마 대사를 질러주고는 같이 웃었다. 나 답다니? 어색함을 푸는 데는 술이 딱이지 않나?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 어색한 사이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는다는 게 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이 조용한 곳에서 메뉴판을 보며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정적. 난 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서버라도 어색해서 닭살이 돋을 것만 같다. 나의 소개팅 스타일은 항상 술이었다. 주말 저녁이든 평일 저녁이든 저녁에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다보..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덟번째 이야기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덟번째 이야기 짧은 2주간의 필리핀 이야기도 이 것으로 마지막 포스팅이다. 찍어놓은 사진도 없을뿐더러 오래된 옛 이야기라서 기억나는 일도 많지 않기 때문. 그때 당시 열심히 적었던 악몽다이어리도 몇번의 이사를 거듭하면서 잃어버린듯 하다. 열어보지 않는 어느 박스에 놓고서는 잊은 거겠지. 곧 떠날 필리핀을 추억하자며 다같이 맥주한잔 하러 갔던 곳이었다. 야경이 좋았고, 따뜻한 날씨에 시원한 맥주라니.. 이때는 많이 마시지도 못했지만, 분위기도 분위기라 이렇게 단체로 사진도 찍어서 남겼었네. 저기에 찍혀있는 필리핀 튜터였던가. 우리 오쿠미한테 반해가지고 오쿠미 만나러 한국오겠다고 난리였지. 그래서 한동안 오쿠미가 기겁했었더라는.. (국경을 넘어선 짝사랑은 조금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일곱번째 이야기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일곱번째 이야기 라이슘대학에서 어학연수 할때 평일엔 정말 학교 다니는 것처럼 학교 다녔는데 방과후 학교 앞에서 같은과 동기들하고 찍었던 사진. (사진을 찍어준 친구는 같이 없어서 아쉽네) 이 중에서는 벌써 아이엄마가 된 친구도 있고, KTX승무원이 된 친구도 있다. 연락을 안해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친구도 있지만.. 다들 자기만의 인생을 또 열심히 살고 있겠지. 마닐라베이에서 찍은 단체 사진. 해질녁에 찍은 거라 분위기 있네. 둘과 셋. 같이 한 방을 쓰던 친구도 함께 나온 사진이 자연스럽고 이쁘게 잘 나왔당 (곧 결혼을 한다고 신혼집 정리하느라 바쁘던데, 축하한다!) 내가 비서 일할때, 비서 업무한다고 한동안 연락하고 그랬었는데, 이땐 참 그저 신났던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포장마차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비닐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면 훈훈한 열기에 하얀 김이 올라오는 어묵통과 큰 주걱으로 휘적휘적 젖고 있는 떡볶이가 보인다. 역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는 항상 있던 이런 포장마차에서 추운 겨울 서서 어묵 먹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수원역 앞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는 저녁 9시가 되면 주황색, 파란색 천막들을 치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친구와 이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는 걸 좋아했다. 호남집, 이모집, 털보네 등등 다양한 이름을 큰 매직으로 휘갈겨 적어둔 천막으로 들어갔다. 낮에는 술을 팔지 않는 곳들만 열지만, 밤이 되면 들어서는 포장마차에서는 우동이나 잔치국수, 오돌뼈와 꼼장어 등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술..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섯번째 이야기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섯번째 이야기 오전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팀별로 튜터 1,2명씩 해서 이야기 하고 그랬었는데 나름 어학연수처럼 왔는데, 영어인듯 영어아닌 영어같은 너.... 따갈로그어를 쓰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간혹 필리핀 영어는 억양이 다르긴 하더라. 그것 때문에 더 못알아듣겠다고 막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ㅋㅋㅋㅋㅋㅋ 그때 당시 우리한테 영어 가르치던 분도 ㅋㅋ 우리보고 너네도 억양이 노래하는 것 같다고 흉내내고 진짜 서로 영어 이상하다면서 디스하고 그랬었찌. 어딘지 모르겠는데, 박물관 견학 간 적이 있었다. 그림들도 있었고, 했는데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서 아쉽다. 아직도 후회하는 것. 그때 설명들도 열심히 듣고, 할걸.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다니기만 ..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이제 그만

술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일명 먹자골목에 꼭 하나씩 있는 그것, 바로 인형뽑기. 요즘은 인형뽑기 기계들만 따로 모아 둔 뽑기방이 따로 있을 정도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게 다였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인형뽑기를 즐겨 하지 않지만 인형뽑기 기계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20대 중반에 친한 회사 선후배들과 정말 또래 친구들처럼 모여 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자주 가던 술집 골목이 있었다. 하루는 닭발집에서 여자선배 한 명과 오빠 A,B와 함께 한 잔 하고 있었는데, 일행 중 오빠 A와 B가 화장실에 간다더니만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게 아닌가? 남자화장실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선배랑 같이 얘기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뒤, 나타난 A오빠가 손에 들고 있는 ..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다섯번째 이야기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다섯번째 이야기 여기는 아마도 숙소로 있던 도미토리 근처에 있었던 마닐라의 한 패스트푸드점. 놀러간다고 선글라스 있어야한다고 하나 구입하려고 갔었는데 그 근처에 있던 졸리비에 방문했었다. 같이 방을 쓰던 한 동기가 필리핀 음식이 입에 안맞아서 식사를 잘 못했다. 그 친구 덕분에 밖에서 점심을 해결해야할 때면 거의 패스트푸드 점에서 사 먹었던 것 같다. 그때 갔던 맥도날드에서 패스트푸드점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졸리비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알게 된 계기도 되었다. 졸리비는 한국에서는 없는 곳이어서 궁금했는데, 난 면덕후라 면을 좋아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맛있는 스파게티라고 할 수 없는데도 그때는 졸리비 스파게티에 반했었다..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고치려고도 해봤어.

고치려고도 해봤어. 술 마시고 일어난 사건사고를 이야기 하다보면, 처음에는 막 웃다가도 이야기의 끝는 결국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곤 한다. A : 그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이제 술 먹지 마~ 나 : 그건 안 되는 거 알잖아…. A : 그럼 술버릇을 고치던지! 그래, 고치려고도 해봤지. 안 해봤을까? 다음 날 일어나면 후회할 걸 아는데도 같이 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리고 싶겠냔 말이다. 술 마시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물이 새는 호스를 막으려 새는 부분을 잡아도 잡은 손 사이로 비집고 나오기 마련이니까. 이미 취한 술을 어찌하리오. 술 취해서 하는 그 술버릇을 안 하려고 하면 다른 데서 또 다른 술버릇이 나올 때도 있다. 친구 B는 취하면 전화를 여기저기 하곤했었다. 우리가 함..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