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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너 족발 좀 뜯어봤니?

비서 시절, 나는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풍채가 좋고 목청이 큰 어르신들이라 몇 명만 모여도 시장에 들어온 것 마냥 시끌벅적했다. 그런 우리의 회식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민폐니까. 따로 방이 있는 자리로 예약하길 바라셨다. 마침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족발 집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문을 닫아 놓고 먹을 수 있는 방이고 깔끔하고 넓어서 마음에 들어하셨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주문할때 단가에 비해 적은 양. 아무래도 1만원대의 고기를 몇 인분씩 구워먹는 것보다는 족발 대자로 몇개 시키는 것이 훨씬 비싸다. 그런데 큰 접시에 나오는 썰어진 살코기 밑에는 큰 뼈가 있다. 쌈도 싸 먹어 보고, 막국수도 시켜먹고 했지만 배가 별로 안 찼다. 내가 위대한 편이긴 하지만 다행히 나만 그런게 아니었..

집필일기 | 로맨스 웹소설 첫 작품 집필중, 어렵지만 도전 중이다.

작년부터 글을 다시 쓰고 싶었다. 에세이 출간을 목적으로 쓰던 습작들은 아직도 여전히 습작으로 남아있지만 창작의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먼저 드라마 작가였고, 지금은 웹소설 작가로 도전 중이다. 관심은 가진 지는 오래 된 것 같다. 웹소설 작가님들이 내신 책을 찾아 읽기도 했지만, 어떻게 써야할지는 여전히 막막했다. 그러다가 제대로 준비해보자고 생각한 건 웹소설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부터 였다. 첫 웹소설 강의는 클래스톡에서 들었던 유지님의 강의였고, 그 이후엔 제리안님의 강의였다. 세번째가 바로 최근 후기를 올렸던 달의 작업실 입문 강의. 사실 여름 즈음 집필에 도전했지만, 얼마 못 쓰고 막혀서 중단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와 창작은 너무 큰 차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안주에는 귀천이 없다

한 남자가 혼자 술을 마시기 위해 한 식당으로 간다. 싱싱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게찜이 나왔다. 남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게를 잡고 부러뜨려 게살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보들하고 부드러운 그 게살을 한껏 즐기고는 목이 찢어져라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한 여자는 집에서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다. 게를 먹는 남자의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나서는 맥주가 고파졌다. 하지만 그녀의 자취방에서는 그렇게 게를 삶아 먹을 여유가 없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꽃게 모양의 과자를 먹었다. 드라마 의 한 장면이다. 안주에는 귀천이 없다. 내 앞에 없는 그 맛있어 보이는 게 사진이 내 안주가 될 수는 없다. 현대판 자린고비가 아니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싱싱한 맥주의 맛

대학졸업여행으로 과에서 여행을 갔을 때 우연치 않게 방문하게 된 맥주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있어서 단체로 맥주공장 견학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편하게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사 마시는 그 맥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투명 유리 창문을 통해 공장 내부를 보는 경험을 했다. 구경하는 중간 중간 벽면에는 맥주 회사의 CF 등의 변천사를 볼 수 있게 꾸며져 있어서 견학 내내 신기하고 또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맥주 회사의 역사를 다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까. 맥주 공장 견학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시간은 바로 맥주 시음하는 시간! 견학하면서 시음할 수 있다고 해서 언제나 맛볼 수 있나 내내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지막 코스의 문이 열렸다. 맥주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집나간 딸내미

‘집밥’하면 떠오르는 것. 김이 폴폴 나는 흰쌀밥, 매콤새콤하고 아삭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 얕은 냄비에 무를 깔고 자작하게 끓여 나온 갈치조림, 달짝지근한 양념에 밥 비벼먹는게 좋았던 제육볶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어구이였다. 스무살 때부터 대학교 기숙사를 시작으로 내내 자취를 하며 집에서 독립해 살았다. 매년 한 두달에 한번씩 내려가거나 바쁘면 명절에 한번 씩 내려가는 게 다였다. 9월 쯤 추석이 되면 항상 내려가는데 그때마다 전어회와 구이를 찾아 먹었다. 어릴땐 오히려 자주 먹지 않았던 건데, 사회 생활하며 숱하게 다닌 횟집들은 늦여름이 되면 어느새 전어철이라고 수족관 한가득 전어를 채워넣었다. 제철이라는 말에 집에 내려가면 시장에서 전어를 사와서 집에서 함께 먹었다. 흔히 횟집에..

달의 작업실 상상소스 스터디 1기 참여 후기, 2기도 합류 확정!

상상을 더하는 짧은 소설 쓰기 스터디의 줄임말인 상.상.소.스얼마 전에 웹소설 입문 강의 후기를 올렸던 달의 작업실에서 진행하는 스터디 프로그램이다. 함께 할 스터디원을 모집하기에 바로 참여했다. 주시는 상황을 토대로 일주일에 2편씩 소설을 쓰고, 매주 일요일에 카톡방에서 만나 읽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그렇게 두 편씩 소설을 써 내려갔고 이번 주가 벌써 9편과 10편을 작성하는 5주차로 마감하는 주다. https://blog.naver.com/hero_xx/222119943659 [달의 작업실 / 짧은 소설 쓰기 스터디, 상상소스.] 상상을 더하는 짧은 소설 쓰기 스터디♥​​당신은 학생입니다.​​​수업이 끝난 후 학교 도서관에 들러좋아하는 책을 빌려 가려 합니다.​​ 한...blog.naver...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소개팅엔 삼쏘지

“소개팅 잘 하고 왔어?” “응~ 뭐, 그럭저럭” “왜, 별로야? 뭐했어?” “그냥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헤어졌지, 뭘 뭐해~” 친구가 빵 터졌다. 한참 웃은 후에야 친구가 말했다. “야, 너 답다~” “나다운게 뭔데?”하며 식상한 청춘 드라마 대사를 질러주고는 같이 웃었다. 나 답다니? 어색함을 푸는 데는 술이 딱이지 않나?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 어색한 사이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는다는 게 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이 조용한 곳에서 메뉴판을 보며 스파게티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정적. 난 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서버라도 어색해서 닭살이 돋을 것만 같다. 나의 소개팅 스타일은 항상 술이었다. 주말 저녁이든 평일 저녁이든 저녁에 만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다보..

음주에세이<술 못하는 애주가> 술이 나를 결혼시켰다.

음주에세이 “남편하고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두 가지의 대답을 한다. 어른들이거나 나의 개인적인 부분까지 알려주기엔 조심스러운 분들, 그리고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는 “같은 회사 다니면서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스스럼없이 나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술 마시면서요.” 라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함께 회식하곤 했지만 알고 지내는 회사 동료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1년 동안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술’ ..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덟번째 이야기

2008년 필리핀, 나의 첫 해외여행 - 그 여덟번째 이야기 짧은 2주간의 필리핀 이야기도 이 것으로 마지막 포스팅이다. 찍어놓은 사진도 없을뿐더러 오래된 옛 이야기라서 기억나는 일도 많지 않기 때문. 그때 당시 열심히 적었던 악몽다이어리도 몇번의 이사를 거듭하면서 잃어버린듯 하다. 열어보지 않는 어느 박스에 놓고서는 잊은 거겠지. 곧 떠날 필리핀을 추억하자며 다같이 맥주한잔 하러 갔던 곳이었다. 야경이 좋았고, 따뜻한 날씨에 시원한 맥주라니.. 이때는 많이 마시지도 못했지만, 분위기도 분위기라 이렇게 단체로 사진도 찍어서 남겼었네. 저기에 찍혀있는 필리핀 튜터였던가. 우리 오쿠미한테 반해가지고 오쿠미 만나러 한국오겠다고 난리였지. 그래서 한동안 오쿠미가 기겁했었더라는.. (국경을 넘어선 짝사랑은 조금 ..

음주에세이 <술 못하는 애주가> 내 동생은 술친구

나에겐 3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는 까불거리며 부모님을 웃기는 통에 개그맨이 되려나 했는데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인지 동생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지 않을 정도였다. 술이 쓰고 맛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때면 나는 “인생의 쓴맛을 보면 이 술은 달디 달다”며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그렇게 말하면 부모님이 어이없어하며 웃어주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이었지만, 정말 술이 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 갔더니 6병짜리 묶음으로 파는 소주세트가 냉장고 옆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 아빠 술 끊었다 하지 않았어?” “응~ 끊었어~”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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