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시절, 나는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풍채가 좋고 목청이 큰 어르신들이라 몇 명만 모여도 시장에 들어온 것 마냥 시끌벅적했다. 그런 우리의 회식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민폐니까. 따로 방이 있는 자리로 예약하길 바라셨다. 마침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족발 집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문을 닫아 놓고 먹을 수 있는 방이고 깔끔하고 넓어서 마음에 들어하셨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주문할때 단가에 비해 적은 양. 아무래도 1만원대의 고기를 몇 인분씩 구워먹는 것보다는 족발 대자로 몇개 시키는 것이 훨씬 비싸다. 그런데 큰 접시에 나오는 썰어진 살코기 밑에는 큰 뼈가 있다. 쌈도 싸 먹어 보고, 막국수도 시켜먹고 했지만 배가 별로 안 찼다. 내가 위대한 편이긴 하지만 다행히 나만 그런게 아니었..